유통업자 측, “교구가 일방적” 비판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추진하고 있는 본당 성물방의 POS 매장화에 대해 여전히 반대 입장을 지키고 있는 10개 유통업체 중 한 곳인 평화성물의 조형모 대표는 8월 20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통화에서 7월 13일 성명을 발표한 뒤 가톨릭출판사에서 연락이 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조 대표는 여전히 본당 성물방 POS 매장화에 대해 관계자 모두와 전문가, 언론사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통업체들은 ‘서울대교구 성물방 납품업체협의회’ 이름으로 7월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가톨릭출판사가 사업 진행의 선명성,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청회를 열 것과 서울대교구장과 면담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 천주교 성당 건물에 있는 성물 판매소(성물방). ⓒ강한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서울대교구 성물방 POS 매장화를 둘러싸고 가톨릭출판사와 의견 차이를 계속 보이고 있는 유통업체 관계자들의 생각을 듣고자 지난주 조형모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서울대교구 성물방에 납품하는 유통업체 대표는 아니지만, 성물 제조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김동호 씨와 유승모 씨도 동참해 의견을 보탰다. 김동호 씨는 전국의 42개 성물 생산, 유통업체가 참여하는 한국 천주교성물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조형모 대표는 “가톨릭출판사는 관리감독 역할만 하고, 성물방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기관인 가톨릭출판사가 꼭 본당 성물방을 통해서도 이익을 얻어야 하느냐는 물음이다.

앞서 가톨릭출판사 사장 홍성학 신부는 7월 30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인터뷰에서 POS 매장화와 관련해 출판사가 들여야 할 여러 비용을 고려하면 소비자가격의 60퍼센트(부가가치세 포함) 정도가 유통업체에게 제안할 수 있는 최대치이며 “조금 더 협상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60퍼센트로는 당장 유통업체의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홍 신부가 밝혔듯이 기존의 성물 유통 방식에 따라 소비자가격의 50퍼센트에 유통업자에게 성물이 넘어오는 경우, 60퍼센트에 납품하게 되면 유통업체에는 부가세를 제외하고 4-5퍼센트 정도의 이익만 남는다는 것이다.

가톨릭출판사는 성물방에 POS가 도입되면 POS 기기를 설치하고 유통과 재고 관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약 14퍼센트의 마진이 결코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우리는 물류비용이 안 들고 출판사는 물류비용이 든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김동호 씨는 “기존에는 (유통업체가) 15-20퍼센트의 차액을 얻고 유통을 했는데 이것을 반으로 줄이고, 그 반은 가톨릭출판사가 갖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교구의 결정 방식이 일방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동호 씨는 본당 성물방에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대한 2월 4일 서울대교구 사제평의회 결과를 뒤늦게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정부도 공공사업을 하려고 계획을 세우면 관련된 사람들, 피해를 볼 수 있는 당사자, 전문가를 불러서 먼저 공청회를 연다”면서 공청회를 여는 것은 가톨릭출판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양쪽 모두 서로의 ‘태도’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유통업체들은 7월 13일 성명서에서 공청회 요청 공문에 대해 출판사에서는 ‘검토해 보고 참석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문자 메시지 답장이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톨릭출판사는 출판사대로 한 쪽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공청회를 열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홍성학 신부는 유통업체의 공청회 요구는 ‘출판사가 공청회에 관한 모든 것을 준비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신부는 유통업체 측에서 공청회를 열고 그것이 합리적인 공청회라면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한 바 있다.

▲ 8월 16일 교황 방문 1주년 기념미사와 노기남 바오로 대주교 센터 축복식이 열린 음성 꽃동네에서 상인들이 성물을 팔고 있다. ⓒ강한 기자

홍 신부는 POS는 본당 성물방의 세금납부 문제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출판사에 따르면 서울대교구 본당 성물방 POS매장화는 2016년 연말까지 지역별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서울대교구 내 26개 본당이 POS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해 왔으며, 교구는 2016년 말까지 나머지 180여 개 본당에도 이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26개 본당에서 POS 시스템이 큰 문제없이 운영돼 왔기 때문에 지난 2월 4일 교구 사제평의회에서도 나머지 본당 성물방에 단계적으로 POS를 도입하기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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