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

밀양  초고압 송전탑 반대운동을 벌인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징역형이 구형됐다.

8월 19일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서는 송전탑 반대운동으로 기소되거나 선고받은 65명 가운데 18명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한옥순, 윤여림 씨에게 각각 징역 4년, 이남우 씨, 이계삼 대책위 사무국장에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주민 18명에게 구형된 형량은 모두 28년 4개월이며, 벌금은 1300만 원이다.

▲ 2014년 6월, 서울경찰청을 찾아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경찰의 강제 철거에 항의하는 밀양 주민들. ⓒ정현진 기자

이날 결심공판은 18명 주민에 대한 38건의 사건이 병합된 가장 큰 규모의 공판이었으며, 송전탑 반대운동으로 인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다.

4시간 가량 진행된 결심공판에서는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이 시민불복종 투쟁”이며, 공소 사실의 부당함과 주민들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변호인단의 최후변론에 이어 주민 18명이 모두 최후진술을 했다. 이날 변론을 위해 밀양법률지원단 변호사들이 제출한 증거 서류와 변론 요지서는 1000여 쪽에 이른다.

“나머지 17명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그들이 치러야 할 것이 있다면 모두 제가 지겠습니다. 말뿐이 아닌 진심입니다. 판사님과 검사님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호소하고 싶습니다. 정의와 양심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고 깨어진 밀양 주민들의 화합을 다시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지금과 같은 세상이 계속 된다면,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가슴이 아파옵니다.” (부북면 주민 이남우 씨 최후 진술 내용 중)

4년 구형을 받은 밀양 부북면 주민 이남우 씨(72)는 20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현재 주민들이 심적으로 상당히 힘들어하며, 구형량을 전혀 수용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남우 씨는 법정 최후진술에서 다만 양심과 정의가 살아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법이 집권자들의 소유물이 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며, “일부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또 다른 국민이 불행해지는 판결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살 수 없게 만들어서 살기 위해 싸운 것이다.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나 공기업이 하는 일에 국민들이 반발하지 못하도록 협박하고 탄압하려는 의도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근거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재산이나 건강상의 피해를 입더라도 미래 세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송전탑 건설을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나와 재판을 받은 다른 17명, 송전탑 경과지 225세대 주민들, 그리고 송전탑 때문에 희생된 두 사람의 영혼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나 혼자 50년 징역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에 함께 하고 있는 김준한 신부(부산교구)는 “이 정도까지 심한 구형을 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밀양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며, 밀양의 여파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김 신부는 “선고가 어떻게 나든 우리의 싸움에 특별한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며, 해 온 것처럼 해 나가고 오히려 더 강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면서, “법정 구속에 해당하는 사안이 아님에도 무리하고 잘못된 법집행을 한다면, 그것이 밀양의 싸움에 다시 불을 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베네딕토) 역시 공판 결과에 대해 “생존권과 삶의 평화, 이 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싸운 70대 노인들에게 징역 3년, 4년을 구형하는 것, 암 투병 중인 노인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하는 것, 비닐하우스에서 하루 4만 원씩 벌어 살아가는 70대 할머니가 저항하다가 경찰의 손가락을 물었다는 이유로 벌금 500만 원을 내야 하는 것이 이 나라 검찰의 사법정의이고 민주주의인가”라고 물으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받는 것으로 긴 법정 싸움을 마무리 짓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구형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오는 9월 15일 오후 2시 밀양지원에서 열린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