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부산시청 앞, 생탁과 택시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장에는 매일 현장을 찾아 묵주기도를 바치는 사제가 있다. ⓒ장영식


“사제는 기도하는 사람이다. 사제는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의 곁에 함께 있어 주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다. 그들과 연대함으로써 위로하며, 함께 기도함으로써 교회를 세운다. 그렇게 사제는 소외된 세상 곳곳에 교회를 세우는 사람이다.”

천주교 부산교구 거제 성당 최혁 보좌신부의 말이다. 그는 부산시청 앞 택시와 생탁 노동자들이 고공 광고탑에 올라 농성을 시작하고 26일째 되는 날부터 빠짐없이 현장을 찾아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때론 신자들과 때론 수도자들과 때론 동료 사제와 때론 홀로 현장을 찾아 묵주기도를 바친다.

시청 앞에서 묵주기도 5단을 바치는 데는 20분 남짓 걸린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한담을 나눌 때 사용되는 20분은 화살처럼 지나가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청 앞에서 의로운 지향으로 바치는 20분을 지키는 것은 여간 녹록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청 앞을 찾는다.

부조리한 세상의 풍파 속에서 사람들이 외면하는 자리, 홀로 외롭게 남겨진 자리는 골고타 언덕 위에 높이 달린 예수의 십자가를 떠올리게 한다. 예수의 마지막 날은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던 자리였다. 그를 따르던 무리들과 제자들조차 무서워 피했던 자리다.

시청 앞 고공농성은 125일을 훌쩍 넘겼다. 지금도 여전히 광고탑 위의 고공 농성장에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예수가 이승에서 마지막을 보냈을 골고타 언덕 위의 십자가처럼 고공 위의 두 사람들은 높이 매달려 있다. 사제는 바로 그곳에서 기도하며 작은 교회를 세우고 있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