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에서 콜트ㆍ콜텍 노동자를 지지하는 거리문화제 열려

▲ 투쟁 초기와는 달리 함께하는 이들이 많아서 힘이 된다고 말하는 콜트ㆍ콜텍 노동자들

4월 1일(수) 저녁 7시, 서울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는 독일에서 원정투쟁을 하고 있는 콜트ㆍ콜텍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거리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문화제에는 지민주, 옥상달빛, 소히, 노래공장이 공연을 펼쳤다.

독일로 콜트ㆍ콜텍 노동자들이 원정투쟁을 간 이유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세계 최대의 악기쇼, '2009 뮤직메쎄(Musikmesse)'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국의 기타 소비자들에게 콜트ㆍ콜텍의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부당하게 노동자를 해고하면서 기타를 만들고 있음을 알리고, 많은 나라의 노동자들과 연대할 것을 기대하며 독일로 떠났다.

(사진출처: 미디어충청)

기타 제조업체인 콜트ㆍ콜텍은 2007년 7월 적자와 노사 갈등을 이유로 국내 공장의 문을 닫았다. 이 과정에서 대량 해고된 노동자들은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800일 가까이 거리에서 복직을 위한 싸움을 진행 중이다. 적자를 이유로 정리해고와 폐업을 했지만, 콜트는 1992년부터 2005년까지 연속 누적흑자가 191억이고, 콜텍은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연속 누적흑자가 878억으로 견실한 기업이다. 현재 세계 기타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30%에 이를 정도이다.

대전 콜텍지회 조합원인 고호성 씨(51)는 20년 동안 콜텍에서 일해왔다고 한다. 고 조합원은 "갈비뼈가 부러져도 결근을 하지 않았고, 장인이 돌아가셔도 오전 근무는 마치고 장례를 치렀다"며 옛날에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일해온 회사에서 자신들을 내치는 모습을 보니, 그 때의 생각이 너무 미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본사 앞에 교회가 하나 있는데, 그곳 신자들이 집회를 하는 우리를 보는 눈빛이 좋지 않다"고 얘기한 고 조합원은 독일의 시민들과 비교해볼 때 한국인들의 무관심이 참 서운하다고 한다.

날씨가 추웠지만, 지나가던 시민들이 음악소리를 듣고 조금씩 모여들었다. 베이스 기타를 친다는 김용욱 씨(21)는 노래소리가 좋아서 왔는데, 이런 사연들이 있는 지 몰랐다며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이나 기타로 연주하는 음악가들이나 그들의 열정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신도 보세옷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다는 김정숙 씨(52)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이렇게 거꾸로 된 나라가 너무 서글프다고 했다.

문화제가 끝나갈 즈음 콜트ㆍ콜텍 노동자들에게 희소식이 들어왔다. 콜트ㆍ콜텍의 박영호 사장이 원정투쟁단에게 면담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노동자들의 면담을 받아오지 않던 사측에서 먼저 면담을 신청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콜트ㆍ콜텍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한다.

고동주/ 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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