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보스코 탄생 200주년

“청소년들의 신앙 여정에 함께하는” 살레시오 수도회를 만든 돈 보스코가 탄생한 지 올해로 200주년이다. 지난 16일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는 관구장 양승국 신부의 주례로 기념 미사와 살레시오 역사관 개관식이 열렸다.

살레시오 역사관에서는 한국 살레시오회의 현황과 고 이태석 신부가 머물렀던 대림동 수도원 침실, 회원들의 그림 등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관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양승국 신부는 “지속적이고 활용 가능한 공간”이라며, 성소모임, 문화전시, 미사 등을 열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돈 보스코의 “환대의 정신”을 담은 것이다.

▲ 지난 16일 처음 문을 연 살레시오회 역사관을 양승국 관구장 신부가 축성하는 모습. ⓒ배선영 기자

돈 보스코의 탄생부터 살레시오의 영성이 되기까지

성 요한 보스코는 1815년 8월 16일 이탈리아 토리노 근처에 있는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두 살 때 아버지를 잃었고, 11살 때는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할 정도로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

가난한 형편 때문에 1841년에 어렵게 사제가 된 돈 보스코는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돌보는 데 힘을 쏟는다. 당시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보스코 신부가 있던 토리노에도 안정적으로 살 곳을 구하지 못한 시골출신 젊은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많았다.

소년원을 찾은 보스코 신부는 아이들이 소년원을 나왔다가도  돌봐 줄 사람이 없어  소년원에 다시 들어가는 상황임을 알게 됐다. 

이 아이들을 누군가 돌봐 준다면 정직한 시민과 그리스도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오라토리오’(기도하는 집)라는 기숙사를 만들고 아이들에게 기술과 공부를 가르쳐 일자리을 얻을 수 있게 해 주고 주일에는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오라토리오에서 함께 살던 가난한 소년들은 그를 친근하게 '돈 보스코'라고 불렀다. 이는 우리말로 '보스코 신부님'이다.

돈 보스코는 자신이 돌보던 아이들과 함께 살레시오 수도회를 만들었다. 그는 살레시오회의 창립자이자 아버지이고 스승이며, 살레시오회의 강한 일치성과 공동체성의 바탕이다.

▲ 살레시오회가 운영하는 직업전문학교와 자립생활관. ⓒ배선영 기자

이런 돈 보스코의 영성과 교육법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 130여 나라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 살레시오회가 설립된 것은 1955년이고, 이들 또한 돈 보스코가 그랬듯이 청소년과 함께한다.

현재 살레시오회는 중고등학교를 비롯해, 직업전문학교, 대안학교, 수련원, 상담센터 등 13개 청소년 사업체와 갈 곳 없는 아이들 5-6명이 모여 사는 나눔의 집 2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직업전문학교는 돈 보스코가 처음 청소년들을 위해 직업 기술을 가르치고 일자리를 마련하게 해 준 그 방식을 그대로 실현하고 있다.  기술을 배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졸업한 뒤에도 자립할 때까지 머물 수 있는 자립 생활관도 함께 운영한다.

살레시오회의 예방교육 - 아이들이 있는 곳에 함께 있기

살레시오회만의 고유한 교육방법이 있다. 바로 예방교육이다. 살레시오 수도회 서정관 수사(홍보담당)는 “아이들이 범죄나 악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이 필요한데, 이 예방교육의 핵심은 교육자가 현장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서 수사는 “아이들이 위험에 대한 예감이 없이 다가갈 때 어른이 앞에서 막아 주는 것처럼, 뒤에서 호령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자가 항상 아이들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이태석 신부가 수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몸소 보여 준 것이기도 하다.

또 돈 보스코 교육의 고유한 특성은 아이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구체적으로 표현돼야 한다는 “감응하는 사랑”이다. 서 수사는 아이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사랑을 잃는 것”이고 사랑을 느낀 아이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아이들과 스승으로서 친구로서 함께 하기 위해서 살레시오회의 교육자들은 “아이들에게 사랑받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과 청소년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서 수사는 그 이유로 사회 전반에 ‘신뢰’가 없음을 지적했다. 30년 전에 살레시오회에서 돌보던 아이들은 그야말로 아무도 돌봐 줄 사람이 없는 경제적으로 가난한 아이들이었다.

물론 지금도 가난한 아이들은 많다. 그러나 이혼, 갑자기 사라진 부모들로 버림받은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 수사는 “예전에는 사고, 예기치 않은 일 등으로 부모를 잃으면 친척이 아이를 돌봐줬으나 지금은 주변에서 돌봐 주는 경우가 없다”며 “그런 사회가 됐다”고 아프게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믿고 기대고 뿌리를 내릴 곳이 전혀 없다.

서 수사는 (살레시오회가) 좀 더 영향력이 있어 사회 안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 바람도 있지만 “현재는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이 우리로부터 환영받고, 하느님의 숨결을 느끼도록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돈 보스코가 지금 살아 있다면 어떤 일을 했을까?

▲ 살레시오회 역사관은 모든 이들에게 열린공간으로 모임, 회의, 미사, 전시회를 열 수 있다. ⓒ배선영 기자
살레시오회는 새로운 환경 특히 미디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이 시대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돈 보스코 탄생 200주년을 맞아 살레시오회에 보낸 메시지에도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교황은 지난 6월 살레시오회 총장 앙헬 페르난데스 아르티메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오늘날 청소년 현실에 대한 식별이 요구하는 고유한 과제라며,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매체와 사화관계망의 언어로 그리스도 인류학에 따라 교육하는 것과, 시장의 논리를 앞세우는 개념에 동의하지 않으며 인격의 존엄성을 높이고 일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자원봉사 방식을 증진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청소년의 신앙 여정에 동반해 아이들과 함께 거룩한 성인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살레시오회는 시대에 맞는 실천의 방법을 모색하며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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