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도 "차별의 법적근거 없다"

세월호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단원고 고 김초원 교사와 고 이지혜 교사가 기간제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종교인들이 “거룩한 죽음을 차별할 수는 없다”며 순직을 인정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달 2일 두 교사의 유가족은 순직인정 신청을 냈으나 인사혁신처는 심사대상에도 올리지 않고 반려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 안산교육회복지원단은 21일 “순직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지혜 교사의 아버지 이종낙 씨는 인사혁신처에서 답이 없다며 “선생님으로서, 인솔자로서 정규직 교사들과 같은 업무를 했는데, 왜 동등한 대우를 안 해 주는지 부모로서 가슴이 답답하고 억울하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13일 말했다. 그는 나중에라도 다른 기간제교사들이 차별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일은 꼭 관철돼야 한다며 “(순직인정이) 될 수 있는 데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 12일 종교인들이 인사혁신처 앞에서 세월호 기간제교사들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12일 서울 세종로에 있는 인사혁신처 앞에서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두 선생님은 당신들의 마지막 삶을 통해 거룩한 죽음을 보여 주셨고, 이러한 죽음은 널리 기억될 수 있도록 정당하게 예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정부가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교사라는 이유로 법과 규정을 들어 순직인정을 해 주지 않고 있다며 “법조인들도 기간제교사 역시 교원과 공무원으로서의 지위는 변함 없으며 법과 규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사 법과 규정이 애매하다면 새로운 법을 제정해서라도 이러한 죽음을 기억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대한변호사협회는 공무원연금공단에 보낸 의견서에서 “기간제교사는 상시 공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교육공무원법’이 정하는 공무원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어 종교인들은 “순직으로 인정하는 기준은 그 죽임이 거룩했는지, 그 죽임이 희생이었는지에 따라 처리돼야지 고용의 형태에 따라 흔들릴 수 없다”고 강조하며, “두 분은 (정규직 교사들과) 똑같이 학생들을 사랑했고, 함께 두려움 속에 있는 학생들을 다독여 주었고, 학생들과 같은 고통 속에 머물렀으며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정수용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기간제교사들이 순직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죽어서까지 차별을 받아야 하는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문제를 잘 보여 주는 일”이라며 종교인들이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정 신부는 “복음에서도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으며, 그분들의 거룩한 삶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황주환 교사도 두 교사가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순직 인정을 해주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는 정규직 교사들과 업무상에서 차이가 없다.

한편, 법원에서도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기간제 교사 4명이 성과급 지급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2013년 서울지방법원은 “기간제교원은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임용되는 교원임이 명백하므로 교육공무원에 관하여 적용되는 법령은 기간제교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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