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의 인천성모병원, 단체협약 무효화되나?

 

▲ 인천 부평성모자애병원을 인천교구에서 인수하면서 인천성모병원으로 개명하고 증축하여 상당히 큰 규모로 발전했다.

인천성모병원 노동조합이 몸살을 앓고 있다. 1987년 노동조합 설립 이후 240여명에 달하던 조합원들이 2009년 현재 42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2005년 인천교구가 순교복자수녀회로부터 병원을 인수받아 경영하기 시작한 다음해인 2006년에만 116명의 조합원이 집단탈퇴했다. 인천성모병원 노동조합 지부측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병원측은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각 부서 관리자들과 조합원의 부모 및 친인척을 동원하고, 출신학교 교수까지 동원하여 탈퇴를 종용했다고 말한다.

현재 노동조합은 합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1인시위나, 소식지나 유인물을 병동과 부서에 돌리는 일마저 가로막힌 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드나는 조합원들을 감시하기 위해 조합사무실 앞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적이 있다"고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천성모병원 지부장인 박용희 씨는 말한다. 병원측은 현재 병원건물에 노동조합에서 알리는 어떤 현수막도 걸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인천성모병원의 박용희 지부장은 노조활동을 하면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병원측 태도에 당혹해 하면서, 신앙의 위기마저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천성모병원은 지난 2005년 영양과 부당해고 사건 과정에서 법원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음에도 해당 조리사들과 조합 간부들을 반복징계하고, 당시 사태로 인해 11억 8천1백여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금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이 소송으로 노동조합 간부들과 영양과 조합원을 포함한 7명에 대해 각각 3,000만원씩의 부동산 가압류가 들어가 있다. .

인천성모병원(구 성모자애병원)은 1955년에 전쟁의 상처로 치유의 손길이 절실히 요구되던 고아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한 의료활동의 하나로 당시 부평성당 주임이었던 김영식 신부가 설립한 것이다,(1955년) 1963년부터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서 맡아 운영해 왔는데, 최근 들어 의료산업이 복지적 측면보다는 사업적 수단으로 바뀌고, 거대병원의 등장으로 의료산업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수익창출을 위한 병원 운영에 대해 수녀회 안에서 찬반논란이 많았다. 한편 2004년에 새로 부임한 병원장(최선옥 수녀)이 '병원경영정상화' 정책을 내세워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등을 펼치는 과정에서 영양과 정규직 30명을 정리해고시킴으로써 노조의 반발을 사고, 결국 4개월 동안 격렬한 노사갈등을 겪으면서 법원의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 해당자들이 복직되었다.

진통을 겪은 수녀회가 자체 회의를 통해 병원을 인천교구에 인수할 것을 결정하고 인천교구가 2005년 11월부터 경영을 시작했다. 이후 병원은 구조변경과 외관 리모델링, 주차장 신축 등 사업을 진행하면서, 2004년 이후 지금까지 만 4년동안 임금을 동결시킨 상태다. 인천성모병원은 2009년 현재 직원들의 노력으로 환자수도 늘고, 병상 가동률도 95% 이상으로 증가하는 발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경영을 맡고 있는 인천교구는 노동조합과 형식적인 교섭에만 응할 뿐, 직접 결정권자인 병원장(이학노 신부)이 전혀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보건의료노조와 인천성모병원지부 측에서 몇 차례에 걸쳐 면담을 요구하였으나 거부하고, 병원장은 "성직자는 노사문제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실질적 권한이 없는 보직자들만 교섭에 내보내고 있다. 이에 박용희 노조 지부장은 "이미 노조는 없애야 할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인천교구에서 병원을 인수한 뒤 처음 병원장은 맡은 제정원 신부는 초기에 한번 교섭 테이블에 나와서 본인 인사만 하고 그냥 나가 버렸다. 그후론 어떤 병원장도 교섭 장소에서 만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계속적인 조합원들에 대한 노조탈퇴 압력으로 결국 조합원 수가 50명 미만으로 떨어지자, 지난 1월 2일 노조측에 단체협약을 일방해지 통보하고, 3월 2일에는 노조전임자 해지와 함께 원직 복귀를 통보했다.이 상태라면 오는 7월 2일부터 그동안 맺은 모든 단체협약이 법적으로 무효화되어,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무시되고, 노조가 와해될 위험에 놓여있다. 결국 인천성모병원측은 노동조합을 지키려는 노조측과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병원측의 대립이 해소될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한상봉/ 지금여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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