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형제회 재속회원 축제...정의로운 연대 다짐

작은 형제회 한국관구에서 지난 8월 1일부터 1박 2일 동안 경남 산청 성심원에서 포르티운쿨라 축제를 열었다. 이번 축제는 ‘회상에서 회개로’라는 주제로 열렸다. 첫날 오후 8시에 시작된 촛불기도회 진행을 맡은 신성길 수사는 “이 밤에 정의롭고 형제적인 사회건설을 위한 우리의 책무에 소홀했음을 참회하고 우리 사회의 희생양이 된 이들과 연대하며 생명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소명을 재확인하는 시간”이라며 축제를 열었다.

이번 축제에 앞서 작은형제회 김찬선 신부 등 22명의 재속회원들은 팽목항에서 산청 성심원까지 16일 동안 도보순례를 가진 바 있으며, 모든 참석자들은 촛불기도회에 앞서 2시간 동안 성심원 둘레길을 걸으며 회개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첫 번째 주제 나눔을 해 준 호명환 신부는 “프란치스코는 나환우 공동체를 모델로 수도회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의 슬픔, 기쁨, 분노를 모두 취했다”면서 ‘동병상련’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 연약함을 통해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평화는 하느님 현존 안에서 누리는 기쁨”이라며 순교자들이 죽음 앞에서 얻은 환희심을 소개했다.

두 번째 주제 나눔에 나선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주필은 “프란치스코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난’이었는데, 과연 우리 가정과 교회와 재속회원들과 수도회가 정말 가난한지 되물어봐야 한다”면서, “가난한 이들 속에 현존하는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를 권했다. 이어 “그분을 정작 만나고 나면 그 뒤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성령께서 가르쳐 주실 것”이라면서 “우리가 신자로서 선포하고 있는 복음은 모두 가난한 이들, 슬픔에 잠긴 이들과 상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 지리산 종교연대 성직자 평신도가 합창을 하고 있다. ⓒ한상봉

이번 촛불기도회는 세월호 영령들을 위한 1000일 기도에 나서고 있는 지리산 종교연대와 더불어 진행되었다. 그래서 이날 지리산 권역의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에 속한 성직자들이 모인 합창단 ‘길동무’의 합창이 이어지고 실상사 회주인 도법 스님의 주제 나눔이 있었다. 도법 스님은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드러내고, 책임질 사람을 책임지게 하고, 잘못된 제도를 고쳐 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 희생이 값진 희생이 되려면,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나의 삶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세월호를 나의 아픔으로 나의 슬픔으로 우리의 문제로 삼고 치유로 나가는 길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의 부모가 참석해 세월호 인양을 호소했다. 현재 실종자 9명 중에는 학생 4명, 교사 2명, 일반시민 3명, 그중에 어린이도 1명 있다. 이금희 씨는 “오늘이 은화가 세월호에 갇힌 지 473일째”라며 “그날 아이와 처음 통화한 게 8시 55분, 두 번째가 9시 11분이었고, 이미 배가 45도 기울여져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딸 친구와도 통화했는데 9시 58분이었다. 조금만 구조를 서둘렀어도 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이며 “아이들이 배 안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안타까워했다. 아버지인 조남성 씨는 “아직도 세월호 안에 9명이 있다”면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아이들을 떠나 보낼 수 있도록, “내년 2월에 친구들과 함께 졸업할 수 있도록 빨리 세월호를 인양해 달라”고 호소했다.

▲ 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의 부모가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을 위해 도와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상봉

구간구간 80여 명이 참여하고, 16일 내내 22명이 동행한 팽목항에서 성심원에 이르는 순례길을 이끌었던 김찬선 신부는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자주 잊어버린다”며 “세월호도 잊지 않으면 괴로우니까 그만 잊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프란치스칸들도 프란치스코처럼 살지 못하니까 그분을 잊어버리고 싶어 한다”면서, “우리의 기억이 관념이 되지 않게 하려고,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처럼 몸으로 기억하고 회개하려고 걷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밤늦게까지 고해성사를 받았던 축제 참석자들은 이튿날 오전 9시 30분부터 ‘천사들의 성 마리아 축일미사’ 풍현마당에서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서 주례를 맡았던 강우일 주교(제주교구)는 “세상 사람들은 큰 것을 좋아한다. 집도 13평에서 20평, 25평, 35평으로 늘려 가기를 바란다”면서, 교회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께서는 줄곧 작은 쪽을 선택하셨다”고 말했다. 카인보다는 아벨을, 에사우보다 야곱을, 야곱의 듬직한 아들들 가운데 어린 요셉을, 이스라엘의 임금도 이새의 가장 어린 아들인 다윗을 선택하셨다. 심지어 “당신 외아드님 예수도 보잘 것 없는 처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시게 하셨다”는 것이다.

강 주교는 예수가 “모두에게 외면당하고 멸시 당하던 불치병자, 나환자, 장애자, 거리의 여성들을 제일 가까이 하시고 연민과 애정으로 감싸 주셨다”면서, 프란치스코 역시 예수의 선택을 그대로 따랐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는 작은 형제들의 형제가 되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는 재속프란치스코 회헌 제23조 19항의 “평화는 정의의 산물이며 화해와 형제적 사랑의 결실이다. 회원은 가정과 사회 안에서 평화의 전달자가 되도록 불림을 받았다”는 내용을 인용하며 “정의를 실현하려면 불의의 열매인 가난과 소외와 싸우고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프란치스칸들은 “우리 주변에 누가 불의에 짓눌려 힘들어하는지, 누가 가난한지, 소외당하고 눈물 흘리는지 두 눈에 불을 켜고 우리 현실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고 강 주교는 말했다.

▲ 강우일 주교는 뙤약볕 아래서 강론하면서 프란치스칸의 사회적 투신을 독려하고, 세월호와 국정원 사태 등 현 정부의 비민주적 행위를 비판했다. ⓒ한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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