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쌀 수입반대 농민대회

밥상용 쌀 수입을 막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 농민 800여 명이 30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에도 서울역 광장에 모였다. 

지난 2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입할 밥상용 3만 톤에 대한 입찰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7월 31일에 밥상용 쌀 구매입찰을 실시하겠다고 했고, 같은 날 오후 밥상용 쌀 수입 저지와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을 규탄하는 전국농민대회가 열렸다.

전남 무안에서 온 농민 임채점 씨(52)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쌀 시장 전면 개방을 할 때 정부는 밥상용 쌀을 더 이상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며 농민을 설득했다. 약속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밥상용 쌀을) 수입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전북 남원에서 쌀농사를 짓는 아버지를 따라 농민대회에 참여한 고등학생 소순석 군(18)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오히려 정부가 이 자리에 나와 사죄를 해야 한다. 말을 꺼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가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 농민들이 새누리당을 규탄하며 반납한 새누리당 현수막.ⓒ 배선영 기자

전국쌀생산자협회 이효신 회장은 규탄발언을 통해 “쌀 130만 톤이 남아돌아 (농민이) 울상인데 쌀을 수입한다”며 분노했다. 그는 쌀값 16만 원은 1995년에도 나온 가격이라며, 10년 전 가격에 머물러 있다고 한탄했다. 올해 초 산지 쌀 가격은 한 가마에 16만 2680원까지 떨어졌다.

전국쌀생산자협회는 생산비를 보장할 수 있는 23만원을 목표로 한다.

전농 충남도연맹 장명진 의장은 “왜 농민들이 뜨거운 곳에 나와 고생을 해야 하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 협상할 때 서로의 이익을 위해 밀고 당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왜 우리나라 쌀인데, 정부는 미국편을 드는가”라고 물었다.

전농 김영호 의장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강다복 회장은 “정부가 513퍼센트 관세율을 지키기 위해 밥쌀을 수입해야 한다고 하지만 지난해 농식품부 이동필 장관은 국회에서 쌀 관세율은 검증의 대상이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수차례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 7월 31일 밥쌀 수입 저지를 위해 서울역 광장에 모인 농민들.ⓒ배선영 기자
이들은 또한 “(정부가) 국회와 언론에는 농민과 충분히 소통했다며 거짓과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있다”며 “정부가 만든 식량정책포럼은 존재의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전국농민총연맹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8월 13일에 식량정책포럼을 열어 수입쌀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었다.

이어 농민들은 결의문에서 “국내 쌀값 폭락과 쌀 재고 문제로 허덕이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지난해 9월 WTO에 쌀 관세화를 통보하면서 밥쌀 수입에 대한 의무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정부가 밥쌀을 수입하는 이유는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농민대회에 앞서 강원과 경기지역 농민들은 지난해 새누리당이 “우리 쌀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라고 내건 현수막을 새누리당에 반납했다. 이들은 지금 새누리당이 정부의 밥쌀용 쌀 수입에 침묵으로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민들은 농민대회 뒤에 서울역에서 출발해 서울시청 앞까지 행진을 하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리 집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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