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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식

2012년 대선이 끝나고, 그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한 노동자가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자진했다.
그의 분향소에는 수많은 이들이 찾아와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어느 날이었다.
수도자들이 분향소에 찾아와 큰절을 올리며 문상을 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였던
한 젊은 노동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교회는 가장 비참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준 모습이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은
교회와 성직자들의 몫이다.
교회와 성직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공간에 수도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밀양과 평화의 섬 강정에서도 수많은 수도자들이 함께 했다.
“교회는 백성과 함께 있고, 백성은 교회와 함께 있다”는
로메로 대주교의 말씀을 실천한 것이다.

교회가 교회 밖을 나가 현장에서 복음의 기쁨을 실천하고 맛보지 않는 한,
교회는 복음의 기쁨을 나누는 친교의 현장이 아니라
단지 친목과 사교의 장으로 머물고 말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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