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여성 차별로 교황의 말 무색해져"


루안다의 한 여성과 아이의 환영을 받고 있는 베네딕토 교황(CNS/Reuters)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첫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며, 여성에 대한 차별은 “하느님의 계획에 없다”며 여성의 권리를 강조했다. 그러나 대다수 아프리카 여성들은 교회 안까지 엄연히 존재하는 차별의 양상을 볼 때 교황의 메시지는 참으로 무색하다고 말했다.

교황의 발언은 여성들의 지위 향상에 힘쓰는 가톨릭 운동 단체들에게 한 연설에서 나왔다. 이 날 일찍 교황은 앙골라 수도 루안다에서 야외 미사를 집전했는데 지역 관계자들은 백만 명이나 되는 대중이 운집하였다고 말했다. 여성 단체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교황은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고 지지하며 옹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의 1995년 평화의 날 메시지를 인용하며, 여성들에게도 “공공 생활의 모든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완전한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는 필요하다면 적절한 법을 동원해서라도 지지하고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계속해서 요한 바오로의 말씀을 들어, “여성의 공적인 역할을 인정한다 해서 가정 안에서 그들의 고유한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게 아니다. 가정 안에서 여성들이 사회의 복지와 진보에 기여하는 바는 그 중요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지만, 참으로 값지다.”라고 덧붙였다.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다는 교황의 주장은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에서 현실이라기보다는 열망에 가깝다.

교황의 남녀동등성 주장, 현실보다 열망에 가까와

국제연합에 따르면, 여성은 전체 인구의 50%를 약간 상회하지만, 모든 에이즈 환자의 61%를 차지한다.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에 위치한 한 클리닉 원장은 그곳에서 치료하는 모든 임신 여성의 최소한 4분의 1이 HIV 양성 환자인데, 이에 비해 전국 성인의 감염률은 5%뿐이다.

교황이 아프리카에 도착하기 전 날, 국제연합은 새로운 보고서를 발표하여 아프리카 여성의 51%가 폭행을 당하고 있으며, 임신 중에도 11%가 폭행당하는 현실이고, 21%가 15세 이전에 결혼하며 24%가 생식기를 절단당한다고 주장했다.

교황은 이러한 현실에 강력 대응할 것을 호소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처하여 있는 - 앞으로도 계속될 - 이러한 악조건을 모두 직시하기를 바란다. 아무런 의식이나 책임감 없이 남성들의 행위나 태도를 관망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라고 말하며, 아프리카의 가족들, 나아가 아프리카 사회의 미래는 여러 면에서 여성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 존엄성의 보호는 언제나 여성의 몫 

교황은 “역사는 남성들의 업적만을 기록한다. 사실상 그러한 업적의 대부분이 여성들의 결연한 불굴의 사랑의 행위 덕분인데도 말이다.”라고 말하며, “기근에 시달리고 전쟁으로 황폐해진 곳들, 강제 또는 다른 이유로 이주하면서 비롯된 모든 비극적인 상황들을 생각해 보라. 그러한 곳에서 인간의 존엄을 보존하고 가정을 지키며, 문화적 종교적 가치를 보호하는 것은 거의 언제나 여성들이다.”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두 역할 모델을 제시하였다. 데레사 곰스와 마리아 보니노가 그들이다. 곰스는 폭력이 난무했던 앙골라 내전 당시 힘을 합해 본당을 지켜낸 평신도 여성이다. 보니노는 이탈리아인 소아과 의사로 자선 활동을 펼쳤으며 앙골라에서 전염병으로 사망하고 묻혔다.

교황은 남성들에게 남편과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사회는 남편과 아버지들에게 가족에 대한 책임 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여성은 언제나 뒷전

그러나 일부 아프리카 여성들은 이 점에서 가톨릭 교회가 언제나 교황이 제시하는 이상만을 따르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역 언어로 전례가 거행되는 야운데의 성 키시토 성당에서 주일 미사를 마친 24세 가톨릭 신자인 카메룬은 "교회 안에서 여성들은 언제나 뒷전이다.”라고 말하면서, "교회에 오면 사제, 부제, 신학생들이 임무를 맡고 있는 것을 본다. 여성들은 청소하고 사제들의 옷을 세탁하며 요리를 한다. 언제나 허드렛일이다."라고 덧붙였다.

마리아의 성심수녀회의 두 수녀도 이와 의견이 같아 보였다.

카메룬 성심수녀회의 22세 수련자 아템은 “교회는 여성들의 지위를 드높이는 것처럼, 더 이상 뒷전이 아닌 것처럼 말은 하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뒷전인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교황도 카메룬 방문시 여성은 만나지 않아

이 수도회가 후원하는 여성 성소자 학교의 교장인 아나스테시 베코노 수녀는 이번 교황 방문 동안에서 언제나 뒷전인 여성들의 부차적 지위를 그대로 보여주었다면서, “교회 안에서 결정을 내릴 때 여성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교황이 카메룬을 방문했을 때도 주교들과 이슬람교도들, 정치인들은 만났지만, 여성들은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코노와 아템은 교황이 진정으로 교회 내 여성의 지위를 높이고자 한다면, 방문국의 주교단을 만난 다음 여성 수도회 장상단이라도 만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여성 수도자들은 여성들의 사제 수품을 찬성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교회에 도전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신학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인 이유에서 여성들의 지도력을 배제하는 실질적인 방법들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아프리카 여성이 불만족스러운 것 같지는 않았다. “교회 안에서 우리는 모두 동등하며 차별이 없다.”고 51세의 한 카메룬 여성이 말했다.

전쟁의 악

이날 일찍 교황은 첫 아프리카 여행 내내 계속해서 강조한 다른 절박한 사회 문제들을 언급하였다. 르완다 치망골라 광장에서 있었던 야외 미사에서 교황은 “비극적이게도 악의 구름이 아프리카를 뒤덮었으며, 앙골라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교황은 먼저 아프리카 대륙에 피비린내나는 분쟁, 대호수 지역의 전쟁을 언급하였다. 콩고, 르완다, 부루나이, 우간다, 짐바브웨, 앙골라가 연루되어 있는 이 전쟁으로 지난 10년 사이 수천만 명이 집을 잃었다.

교황은 대호수 지역 분쟁의 종식을 위해 기도했으며, 최근 수년간 아프리카를 할퀴고 간 모든 전쟁들을 떠올렸다. 국제연합은 1994년에서 2003년까지 대규모 분쟁으로 죽은 천 3백만 명 가운데 9백만 명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서 죽었다고 밝혔다.

교황은 “전쟁의 악을 생각해 보라. 종족주의나 민족 상잔의 끔찍한 결과, 인간의 마음을 부패시키고, 가난한 이들을 더 비참하게 만들며, 미래 세대에게서 그들이 더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 진정 아프리카다운 특성과 가치를 지닌 사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빼앗는 탐욕을 생각해 보라. 나아가 개개인을 더더욱 폐쇄적으로 만들며, 가정을 파탄시키고, 관대함과 자기 희생이라는 위대한 이상을 밀어냄으로써 결국 쾌락주의에 빠지게 만드는 이기심을 생각해 보라. 마약에 취해 그릇된 행복감에 빠져드는 것, 무책임한 성생활, 혼인의 유대감 약화와 가정의 파탄, 무고한 인간 생명을 죽이는 낙태에 대한 강요를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교황은 정오 삼종 기도 후 말씀에서 낙관적인 아프리카의 미래를 언급하기도 했으며, “우리와 함께 기도하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 위대한 대륙, 희망이 가득하지만 정의와 평화, 완전한 발전을 갈망하는 아프리카에 눈을 돌려 앞으로 아프리카인들에게도 발전과 평화가 있기를 빈다.”라고 말했다.

교황의 여행은 교황이 어제 오후 앙골라 청년 대회를 집전한 한 광장에서 일어난 소요로 얼룩졌다. 교황이 도착하기 전에 있었던 이 소동으로 2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이 이 일을 알고 “몹시 심란해” 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내일 아침 르완다에서 간단한 고별 예식으로 아프리카 순방을 마칠 것이다. 교황의 다음 여행은 5월 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지역, 요르단 방문으로 예정되어 있다.

번역/김미경

[National Catholic Reporter, 2009.3.22. 존 L. 알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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