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식 목사의 해방신학 이야기]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과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해방신학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론은 그리스도교 교리사에서 늘 논쟁거리가 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초대 그리스도교 역사에 나타난 많은 공의회의 신학적 주제이기도 했다. 니케아공의회는 물론 칼케돈공의회와 에페소공의회 등을 통하여 결정된 그리스도에 대한 교리는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를 망라하여 모든 그리스도교회 교리의 가장 기본적인 신학적 가르침을 주고 있다. 오늘은 이처럼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내용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해방신학은 어떤 생각과 주장을 펼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본 글에서는 레오나르두 보프(Leonardo Boff)와 혼 소브리노(Jon Sobrino)를 중심으로 해방신학의 예수론에 대하여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 해방신학의 형성 초기에는 해방신학자들에게 예수의 위상과 그의 행적은 큰 관심대상이 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해방신학의 가장 뛰어난 학자들에 의해서 예수는 꾸준히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고 신학의 해석과 실천에 매우 중요한 주제로 등장하였다. 그 뒤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거의 모든 해방신학자들에게 그리스도론은 해방신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로 자리 매김을 하게 된다.

해방자 예수

▲ 레오나르두 보프.(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해방신학의 그리스도론에서 보프의 저서 “해방자 예수, 1972”는 독보적 저술이라고 볼 수 있다. 보프는 이 저서를 통하여 해방의 관점에서 예수에 대한 일반적 시각을 소개함으로써 해방신학 그리스도론의 형성에 기초를 마련하는 공헌을 남긴다. 보프 이외에도 라울 비달레스(Raul Vidales), 세군도 갈릴레아(Segundo Galilea) 와 이그나시오 엘라쿠리아(Ignacio Ellacuria) 등의 저서도 해방자 예수에 대한 시각을 소개하였다. 그중에서도 혼 소브리노의 “라틴아메리카의 그리스도론: 역사적 예수  따르기로부터 출발하는 개요”(Cristologia desde America Latina: Esbozo a partir del seguimiento Jesus Historico, 1976)는 해방신학의 그리스도론의 발전적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혼 소브리노는 예수는 실질적인 해방의 과정으로부터 이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해방의 과정으로부터 출발되는 예수에 대한 이해가 예수의 사역과 그의 생애를 축소하여 해석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이 같은 과정 없는 예수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 그리스도론은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의 운동 안에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각의 그리스도론

이처럼 해방신학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에 대하여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를 요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불의하고 가난한 라틴아메리카 사회의 현실에서 출발하여 지금까지의 희생과 참음을 요구하던 전통적인 그리스도의 모습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이해로부터 절연함으로써 새롭게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성찰해 보자는 요구다. 불의와 가난으로 점철된 사회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해방신학은 “상황의 변화를 위한 그리스도교적 방법의 모색”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리스도론을 전개한다. 다시 말하자면 역사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답변을 주는 그리스도론을 말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상황으로부터 출발하는 예수에 대한 생각은 새로운 해석의 방법을 남겨 주었다.

1. 그리스도론의 신학적 주제 선택에 변화를 가져왔다. 해방신학자들에게 예수의 신성과 인성, 창조 전 존재의 여부, 단성론 등 전통적인 신학논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전통적 신학주제 중에서 이들에게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은 예수 생애의 신비, 그의 역사적 사역, 불의한 권력을 향한 고발, 그의 죽음과 해방으로서의 부활 등이다.

2. 새로운 그리스도론은 예수에 대한 선교적 접근을 가져 왔다. “일그러진 얼굴의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상황, 억압받는 민중의 삶은 예수그리스도의 선교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의 선교는 비인간적 상황에 처해 있는 민중의 해방을 향하고 있으며 따라서 민중들은 예수를 해방자로서 생각하고 사랑했다는 것이다. 예수의 선교는 해방적 선교다.

3. 이러한 접근은 해방신학으로 하여금 역사적 예수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하느님의 성육신으로서의 나자렛 예수를 가까이 하게 될 때 우리는 그의 가르침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삶 자체에 대하여 묻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깨닫는다.” 예수는 자신의 역사적 삶을 통하여 우리에게 해방자로서의 그의 분명한 삶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라틴아메리카 상황에서의 역사적 예수로의 복귀를 통하여 해방신학은 우리에게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반동적이며, 비성서적 비역사적 그리고 서구문화의 기수로서 이상화” 되어 있는 전통적인 예수의 모습을 넘어서서 “혁명적이고 성서적이며 역사적 그리고 상황적으로 토착화” 되어 있는 새로운 얼굴의 예수를 보여 주었다.

4. 해방신학의 그리스도론은 예수 따르기를 신앙의 가장 구체적인 표현이라고 규정한다. 예수의 역사적 삶을 통하여 우리는 그리스도를 새롭게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역사적 예수의 삶에 대한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구체적, 역사적 상황에서 예수를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깊게 성찰하게 한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우리의 내면의 세계에서 그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다.

예수가 구체적인 상황에서 억눌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외침으로부터 출발하여 끊임없이 해방자로서 현실에 대한 도전을 그치지 않았음을 기억하기에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해방의 실천을 통한 정치적 자비행위로 나타나야 하며 그리고 그 경험은 가난한 자들의 외침을 들음과 동시에 그들과의 연대 행위” 다.

▲ 혼 소브리노.(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5. 해방신학의 그리스도론은 가난한 자들의 삶을 신학행위의 현장으로 간주한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가난한 삶의 현실은 역사적 예수가 살아갔던 삶의 정황과 동일시된다. 그러므로 해방자 예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현장이 신학행위의 직접적 현장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현장과 결별된 신학자나 종교인은 진정한 의미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고 있다.

해방신학의 그리스도론은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의 신앙이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고 오늘의 삶의 현실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해방자 예수의 모습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는 위에 언급된 해방신학자 혼 소브리노의 논문 “라틴아메리카의 그리스도론: 역사적 예수 따르기로부터 출발하는 개요”(Cristologia desde America Latina: Esbozo a partir del seguimiento Jesus Historico)를 보다 자세하게 분석해 봄으로써 해방신학의 예수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한다.
 

홍인식 목사
파라과이 국립아순시온대학 경영학과 졸업. 장로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M. DIV.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에서 호세 미게스 보니노 박사 지도로 해방신학으로 신학박사 취득.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 교수 역임. 쿠바 개신교신학대학 교수 역임.
현재 멕시코 장로교신학대학 교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