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전력수급기본계획 공고..“22퍼센트 설비 예비율 목표”

정부가 7월 22일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 에너지, 환경단체에서는 ‘수요 부풀리기, 설비예비율 과다’ 등을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새 핵발전소(원전) 건설이 계획된 경북 영덕군의 천주교 사목자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이 ‘지역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영덕군에 있는 안동교구 3개 성당(영덕, 영해, 강구) 주임신부는 모두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 5월 25일 영덕읍내에서 경북 영덕군 영해 본당 주임 손성문 신부와, 서명 운동을 위해 제천에서 온 수녀들이 영덕 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 서명을 받고 있다. ⓒ박혜령

이들 중 한 명인 손성문 신부(영해성당 주임)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통화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가적 계획인데 국민 전체나 (원전 건설 예정지 등) 해당 지역민의 의견도 묻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손 신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전력 사업자나 건설 대기업의 이윤을 위해 짜인 것 같다고 의심했다.

또 손 신부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린 6월 18일 서울에서 인천 영흥화력단지 주민들이 화력발전소를 설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여는 것을 봤다면서, “제대로 된 여론 수렴과 공청회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추진하니 지역마다 갈등과 분열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번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영흥 7, 8호기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은 철회됐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9년 전원(전기 에너지를 얻는 원천) 구성에서 석탄의 비중은 32.3퍼센트로 6차에 비해 2.4퍼센트포인트 줄어든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장관이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수립하고 공고하도록 돼 있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2년 단위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게 돼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경주 환경운동연합 등에 참여하며 핵발전의 위험성을 지적해 온 김익중 교수(동국대 의학과)는 한국은 ‘전기 망국’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 교수는 “원전을 새로 지을 만큼 전기가 모자란 상황인가” 물으면서 “전기가 남아도는 상황에서 전력 예비율을 높이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전력 예비율은 8퍼센트 정도로 잡는다”면서 “남는 만큼 전기를 버리게 되는 전력예비율을 22퍼센트까지 올리는 것은 과도하게 (계획을) 잡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전기가 남아 “지어 놓은 발전소가 놀고 있는 상황인데, 원자력발전을 늘리겠다는 것은 전력 수요에 맞추기 위해 공급하는 게 아니라, 발전소를 더 짓기 위해 수요를 창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량을 늘리더라도 좀 더 미래 지향적으로 친환경, 자연, 신재생 에너지 쪽으로 가야 한다”면서, 전세계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평균 20퍼센트인 반면 한국은 ‘꼴찌’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6차에 비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0.1퍼센트포인트 늘어난 4.6퍼센트다.

김연수 신부(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 총무)는 핵발전소 신설에 대해 “고리 1호기 운전 금지를 빌미로 해서 핵발전소를 더 짓겠다는 의도 같다”면서 “더 이상 핵발전소는 짓지 않는 정책이 필요한데 핵발전 위주로 나가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산자부는 2017년 가동 시한이 끝나는 고리 1호기에 대해 2017년 6월부터 폐지하는 내용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핵발전소의 영구정지계획을 담은 첫 번째 사례가 된다.

김 신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줄여가는 정책이 아니라 에너지 소비를 더 늘리는 정책인 것 같다”면서 “절약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 나가면 충분히 핵발전소를 줄일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핵발전, 석탄화력 비중이 높은 한국의 전력 정책이 송전탑 건설 등으로 인한 주민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많다. 사진은 경남 밀양시에 설치된 송전탑. ⓒ정현진 기자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공고된 7월 22일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번 계획은 “절차, 명분, 내용 모든 면에서 최악”이라며 “즉각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에너지정의행동은 “경제 침체, 에너지효율 향상 등으로 둔화되고 있는 전력수요 증가율을 무시한 채 연평균 2퍼센트 대의 전력수요 증가를 예상한 7차 전력계획은 이후 전력업계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에게 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러한 비판 의견들에 대해 산자부는 “오해”라고 반박하는 내용의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바로 알기 Q&A’를 정리해 보도자료와 함께 배포했다.

이 자료에서는 최근 몇 년간의 전력수요 패턴만 보고 이를 구조적 전력수요 둔화로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최근 2-3년간 전력소비량 증가율이 줄어든 것은 강도 높은 수요관리, 전기요금인상 등 특수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자부는 이전 기간의 전력소비량 증가율 추세와 경제, 사회 상황을 고려할 때 전력소비량이 구조적으로 줄었다는 뚜렷한 증가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2-14년 전력소비량 증가율은 평균 1.6퍼센트였지만, 2009-11년에는 5.8퍼센트였다.

적정 예비율 수준 22퍼센트에 대해 산자부는 공급신뢰도 확보를 위한 최소 설비예비율 15퍼센트와 수급 불확실성 7퍼센트를 고려해 설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의 설비예비율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과도한 수준이라 할 수 없고 다른 나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수 없는 ‘계통섬’인 국가적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6월 8일 국회 제출, 6월 18일 공청회, 7월 20일 전력정책심의회의를 거쳐 확정됐다.

산자부는 공청회에 “환경단체, 지역주민, 발전사 등 400여 명이 참석하여 이해집단별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였으며, 공청회 참가 신청을 한 모든 단체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지만, 공청회 사전 신청을 받고 자체 기준에 따라 신청자 반 이상에 입장 불가를 통보해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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