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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호의 텃밭[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장영식

그는 굴뚝 위에서 떨어지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극단적인 불안 등의 공포심도 호소했다.
그런 그가 45미터 고공 위에서 408일을 버텨 왔던 힘은 무엇일까.
그는 땅 위에서 굴뚝으로 올린 과일의 씨앗을 내뱉었다.
처음엔 그냥 먹고 난 과일의 씨앗을 심심풀이로 내뱉은 씨앗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그 씨앗이 싹이 나고, 잎이 났다.
신기한 나날이었다.

그 씨가 방울토마토와 완두콩 그리고 수박까지 맺게 했다.
굴뚝 위의 농부는 물병으로 상추도 심었고, 채송화도 심었다.
그에게 올려진 물을 아껴 그의 작은 텃밭을 가꾸었다.
녹색의 푸름과 생명의 신비가 함께하는 굴뚝 위의 나날이었다.

어쩌면 그가 408일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신비스런 텃밭의 생명의 힘이 아니었을까.
굴뚝 위에서 사계절을 보내고 다시 한여름을 맞는 날,
그는 살아서 땅을 밟았다.

땅을 밟자마자 경찰서 유치장에서 밤을 보내야했지만,
그 캄캄한 밤 속에서도 빛나는 생명의 힘은
그의 삶을 구속할 수 없는 해방의 힘이었으리라.
그가 살아서 우리 곁으로 돌아와 감사한 나날이다.
하느님의 평화를 빈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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