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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동자의 408일 그리고[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장영식

한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45미터 고공에서 ‘408일’을 보냈습니다.
흑자 기업이었던 회사는
노동자들의 명예퇴직을 실시했고,
명예퇴직을 거부했던 노동자들에게 끝내 해고를 통지했습니다.
공장은 문을 닫고, 분할 매각을 추진하였습니다.

공장은 멈추었고, 45미터 굴뚝 위로는 더 이상 연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3만 평이 넘는 공장 부지는 폐허가 되었습니다.
이에 한 노동자가 45미터 고공 위로 올라갔습니다.
공장의 분할 매각 중단과 정리해고 철폐를 외쳤습니다.
그렇게 ‘408일’이 흘렀습니다.

회사는 새로운 법인을 만들어 고용승계와
노동조합 활동의 보장을 약속했습니다.
모든 고소 고발과 손배소를 취하할 것도 약속했습니다.
한 노동자는 사수대의 합의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노모가 애간장을 태우며 기다리던 땅을 밟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습니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던 병원의 의사는
‘408일’의 고공에서 홀로 버텨 왔던 노동자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진단하였습니다.
그 어처구니없는 진단과 함께 노동자는 바로 경찰서 유치장으로 수감되었습니다.
단 하루 밤만이라도 노모와 함께 보낼 수 없었던 노동자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살고 싶다고 외쳤고
함께 살자고 외쳤건만
돌아온 것은 싸늘한 유치장이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차광호’입니다.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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