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근 회칙(Encyclica Epistola, Encyclical)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가 발표되면서 이 문서가 ‘사실상' 프란치스코 교황이 쓴 첫 회칙이라는 뉴스와 함께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그러니까 재작년 말에 세상에 나오면서 단시간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를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던, “복음의 기쁨”(Evangeli Gaudium)이란 저술도 회칙이 아니고 뭐냐 하는 질문이 들어온 겁니다. 사실 저도 용어 분류에 신경을 별로 안 쓰다가 이 질문을 받고.... 도대체 뭐가 뭐지? 하게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교황문헌을 간단하게라도 가름해 보고, 주교회의는 각 문헌에 대해 어떤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려합니다. 문헌의 종류에 대해서는 사실 역사적으로 매우 다양한 형태들이 존재해 왔기 때문에, 이곳에서 모두를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겠습니다. 대신 실제적으로, 현재 바티칸 홈페이지에 등장하는 메뉴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 교황청 홈페이지 대문에 있는 교황의 다양한 메시지.(사진 출처 = 교황청 홈페이지)

바티칸 교황청의 영어권 홈페이지 대문에 가 보시면, 다양한 형태로 신자들에게 전해지는 교황의 말씀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메뉴들 중에서 교황문헌(혹은 교회문헌)으로서 일정한 권위를 부여 받고 있는 문서들은 금방 눈에 띌 겁니다. 교황문헌에 관한 설명은 전례사전(‘전례법의 원천’ 항)과 Adoremus Bulletin(‘The Authority of Church Documents’), "Church Document Overview”라는 자료를 참조했습니다. 교황청 홈페이지 투어해 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볼까요.

Angelus/Regina Caeli (삼종기도/부활삼종기도) - 교황께서 주일 정오에 신자들과 함께 삼종기도를 바치고 신자들에게 주는 말씀을 볼 수 있습니다.

Apostolic Constitutions (교황령, apostolicae constitutiones) - 교황의 이름으로 발간하는 문서 중 가장 장엄한 종류로 간주됩니다. 교황령은 교의를 정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교회법을 고치거나 새로운 교회의 구조를 설립할 수 있습니다. 예로서,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황령 “교회의 심장부”(Ex Corde Ecclesiae)를 들 수 있고, 이 문헌은 가톨릭 고등교육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Apostolic Exhortation (교황 권고, apostolica exhortatio) - 교황 권고는 교황이 특정한 활동을 재촉하면서 어떤 공동체에 제시하는 격식있는 가르침입니다. 법적 구속력을 지니기 보다는 권면적인 성격을 띱니다. 따라서 권고는 교의를 규정하지 않기에, 중요도 수준은 회칙이나 교황 교서보다 낮습니다. 예로서, 여러분이 잘 아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이 교황 권고입니다.

Apostolic Letters (교황 교서, apostolica epistola) - 교황교서는 교황령이나 교령(Decretal Letters)에 비해 덜 장엄한 문헌입니다. 보통 전체 교회가 아니라 특정한 사람들이나 단체에 주는 문헌이며 법적 구속력을 거의 갖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봉헌생활의 해'를 기념하여, 봉헌생활을 하는 모든 수도자들에게 보낸 교황 교서가 있습니다.

Audience (알현) - 교황을 공식적으로 만나게 되면, 그분의 말씀을 듣게 됩니다. 바티칸에서는 수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일반 알현이 있습니다. 당신을 찾아온 세계의 신자들에게 교황이나 종종 그 대리자는 짧은 연설을 합니다.

Encyclicals (회칙, encyclica epistola) - 말 뜻대로 하면, 회람용 편지라고 하겠습니다. 오늘날에는 교황령 다음으로 무게를 가지는 교황문헌이라 하겠습니다. (회칙의 전형적인 수신자는 주교들이지만) 교의적 논점을 세계의 모든 신자들에게 권고합니다. 회칙의 제목은 라틴어 원문의 첫 몇 자를 따서 짓습니다. 사회적 가르침 준 것으로 잘 알려진 문헌들 대부분이 회칙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레오 13세 교황의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가 가톨릭의 사회적 가르침을 보여준 최초의 문헌이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문제와 그 배후의 비윤리적 세력을 "찬미를 받으소서"를 통해 다루고 있습니다.

Homilies (강론) - 교황께서 주례하시는 미사를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Letters (편지) - 이곳에 가셔서 확인해 보시면, 이 편지들의 수신자들이 상당히 구체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복자로 선포된 오스카로 로메로 주교님의 시복을 앞두고 엘살바도르의 산살바도르 대교구 교구장 앞으로 보내는 편지를 볼 수 있습니다.

Messages (메시지) - 특정한 모임을 위해 격려를 보내는 전언들이 모여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 청소년의 날을 기념하는 말씀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Motu Proprio (자의 교서) - 말 뜻대로 하면, ‘개인 고유의 주도권으로써’를 의미합니다. 자의교서는 교황이 자신의 고유한 주도권을 가지고 내는 법령입니다. 이 문헌은 행정적 결정을 법제화 하거나 교회법(교의가 아니라)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권위를 기준으로 서열을 매길 때, 상위에 속하는 문서라고 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베네딕토16세의 “교황들(Summorum Pontificum)”은 자의 교서이며, 이를 통해 전통 미사(라틴어 미사) 봉헌에 관한 제약을 완화시켜 주었습니다.

Prayers (기도) - 교황께서 특정한 주제들을 가지고 하신 기도들이 모여 있습니다.

Speeches (연설) - addresses 혹은 allocutions으로 대치할 수 있는 메뉴입니다. 특정한 모임이나 회의를 격려하는 인사말이나 연설들을 볼 수 있습니다.

Travels - 교황이 이탈리아 내외의 사목방문 지역에서 행한 다양한 형식의 말씀들이 모여 있습니다.

Daily Meditations - 교황께서 하시는 매일 미사 강론 해설입니다.

주교회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교황 문헌은 사목적 차원에서 회칙, 교황 교서, 교서(서한), 교황 권고, 권고, 담화, 연설(훈화), 강론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분류 순서가 앞에 올수록 문헌의 수신자 범위가 넓고 구속력이 강한 것입니다.(전통적으로 회칙(Encyclical)만이 아니라 교황 교서(Apostolic Letter), 권고(Exhortation) 등의 제목도 라틴어 원문의 첫 몇 자를 따서 짓습니다.)

이렇게 제시된 기준으로 바티칸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문헌들을 중요도에 따라 분류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 밖에도 추가할 수 있는 문서가 있다면, 칙서(bulla, bull)가 있습니다. 교황의 옥새(혹은 봉인)가 찍힌 문서입니다. 칙서는 6세기 이래로 사용되어 오는 편지 형식의 문서인데, 봉인을 할 정도니 교황의 입장에서 볼 때, 중요도에 있어서는 어떤 문서보다도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내용은 희년 선포, 임명, 회의 소집 등 다양합니다. 형식상 교황이 자신을 ‘주교, 하느님의 종들의 종(episcopus servus servorum Dei)’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잘 쓰지 않는다고 하는 교령(Litteras decretals, Decretal letters)도 중요도에 있어서 상위에 있던 것입니다. 한때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교황문헌이었습니다. 요즘은 교의적 규정과 (좀 더 일반적으로는) 시성과 시복을 선포할 때에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뭔가 많은 것을 나열했지만, 그래서 지적으로 많은 것을 충족시킨 것 같은데 허기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것이 먹고자 하는 허기를 넘어, 적어도 회칙만큼은 좀 제대로 읽어 보고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엇인가 구체적인 실천을 하고 싶은 허기임을 고백합니다. 그래도 일단 뭘 좀 먹어야겠습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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