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결정 때까지’가 기존 결정..“다수는 뜻깊게 생각”

천주교 광주대교구 사제들이 세월호참사의 상징적 장소인 ‘팽목항’에서 매일 미사를 계속할 것인지 여부를 토론하고 있다.

앞서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교구 내 각 지구별로 열리는 ‘지구사제회의’에서 팽목항 매일 미사를 지속할 것인가 의견을 내 줄 것을 요청했다. 광주대교구는 지구사제회의에서 사제들의 의견을 모아 7월 21일 사제평의회에서 팽목항 매일 미사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김 대주교가 지구사제회의에 제시한 안건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자비의 희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관한 의견과 교구, 지구, 본당 차원의 프로그램 제안이다.

김명섭 신부(광주대교구 사회사목국장)는 팽목항 매일 미사는 ‘세월호 인양이 결정될 때까지’ 계속한다는 것이 앞서 사제평의회 결정이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김 신부는 “이미 국가에서 세월호 인양 결정을 발표했기 때문에 팽목항 현장 미사를 계속할지 묻는 것”이라면서,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세월호 가족과 계속 연대하면서, 어떤 사목적 배려나 활동을 할 수 있을지 함께 논의해 보기 위한 안건”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4월 16일 세월호참사 1주년을 맞아 팽목항을 찾은 신자들이 분향소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강한 기자

또한 그는 “몇몇만 가는 게 아니라 교구 사제 전체가 당번제로 팽목항 미사를 봉헌하고 있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신부들은 팽목항 미사를 뜻깊게 생각하고, 관심 갖는 데 마음을 합하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팽목항에 상주하는 천주교 봉사자는 없는 상황이다. 세월호참사 1주년 직후였던 4월 17일부터 팽목항 천주교 천막에 평신도 선교사 이정웅 씨(식스토)와 박경순 씨(데레사)가 파견돼 활동한 바 있으나 지금은 철수했다. 이정웅 씨는 7월 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통화해서 자신은 1개월 일정으로 파견됐던 것이며, 6월 초에 철수했다고 말했다.

광주대교구에 따르면 1년 이상 유지한 팽목항 천막이 낡고, 지키는 봉사자가 없었기 때문에 지난 5월 20일부터는 잠금 장치가 있는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그곳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김명섭 신부는 “봉사자가 없어도 컨테이너에 전자키가 설치돼 있어서 어느 단체가 오더라도 문을 개방하고 들어가 기도하고 미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주시 노안성당 주임을 맡고 있는 이영선 신부는 교구 신부 입장에서 팽목항 미사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며, 그 정도 어려움은 어떤 일에나 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200명이 넘는 광주대교구 사제가 1년에 2번만 가면 팽목항 매일 미사는 가능하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팽목항에 머물며 활동했던 최민석 신부(교구 사회복지 담당)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인터뷰에서 “세월호는 우리 시대의 가장 아픈 지점이었으며, 통곡과 절망의 장소였던 팽목항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곳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위로의 하느님 안에 함께할 수 있다는 표징을 보이는 것은 교회의 중요한 몫”이라고 강조했다.

팽목항은 전남 진도군 서남쪽 끝에 있는 항구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바다와 가까워 참사 직후부터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러 왔다.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지금은 3-4명의 실종자 가족이 팽목항에 남아 있다.

광주대교구는 참사 직후인 4월 19일부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던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천주교 부스를 마련하고 매일 미사를 봉헌한 바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