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 모든 사람이 하느님과 인간과 피조물 전체의 불가분의 관계를 깨달으면 선의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평화는 더욱 쉽게 이뤄질 것입니다.”(교황 베네딕토 16세, 2010년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이전부터 교회는 끊임없이 같은 가르침을 설파해왔다. 역대 교황들은 ‘새로운 사태’, ‘노동하는 인간’, ‘지상의 평화’, ‘진리안의 사랑’ 등의 문헌을 통해 세상의 죄악을 성찰하고 그 가운데 그리스도인의 사명이 무엇인지, 세상 속에서 하느님 나라의 구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쳤다. ‘환경 회칙’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관계에 대한 성찰과 변화, 책임을 강조하면서, 인간, 자연, 국가들 사이의 ‘생태적 회심’, ‘온전하고 통합적인 생태의 회복’이라는 과제를 던졌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가르침을 얼마나 어떻게 실천하고 있을까.

현재 한국 교회안에서 ‘생태적 회심과 관계의 회복’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온 부분은 ‘환경 사목’ 또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공동선, 연대성,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시작된 도시와 농촌의 연대, 공생을 추구하는 도농공동체 운동이다. 농업과 먹을거리를 통해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고 생명공동체를 구현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운동은 일부교구와 환경, 농촌사목,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등을 통해 약 20여 년 간 이어져 왔다.

불평등, 비민주주의, 자본의 독주가 환경 파괴의 양상으로 더욱 깊어지고 확산되는 상황을 지적하며, 관계의 회복을 요구하는 교황의 호소에 한국 교회가 앞으로 어떻게 호응하고 응답할 것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을 하나씩 짚어보고 성찰해야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환경사목,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 본다.

▲ 고척동 성당 신자들은 '즐거운 불편'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는 각자 실천한 내용을 적고 종이학을 접어 봉헌한다. ⓒ정현진 기자

서울대교구 고척동 성당은 지난 2010년 10월부터 우리농매장을 운영하고, 환경사목위원회가 제안한 ‘즐거운 불편’ 운동에 동참해왔다. 지난 5년 간의 노력이 어떠한 열매를 맺었으며, 앞으로 어떤 변화를 모색해야 할지 환경분과장 하영옥 씨(카타리나)의 이야기를 통해 들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여전히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 소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이것은 분명히 ‘운동’이고 참여하는 이들은 ‘활동가’임에도 불구하고 ‘장사’, ‘장사꾼’으로 인식되는 부분도 많이 안타깝고요.”

하영옥 분과장은 본인 스스로도 우리농 매장을 시작하기 전에는 환경 문제, 농촌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농 매장 운영과 함께 미생물효소(EM)를 만들어 쓰고,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와 같은 작은 실천을 본당 신자들과 이어가면서 그는 크지 않지만 꾸준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척동 성당 신자들은 벌써 4년째, ‘즐거운 불편’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개인이 선택한 방법을 실천하면 그 하나 만큼의 스티커를 붙이는 식으로 해서 벌써 본당 신자들이 함께 두 개의 모자이크 성화를 완성했다. 호응도가 상당히 높아 1년을 기약했지만 훨씬 일찍 그림을 완성할 정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교육이다. 환경과 생태 관련한 다양한 내용의 특강이 이어지고, 본당 주보에도 관련 내용이 실린다.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은 더디지만 인식 변화에 영향을 줬다.

하영옥 분과장 역시 교육과 홍보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본당 신자들 역시 오랫동안 편리한 삶에 길들여져 조금의 불편도 어려워했다면서, “생태 운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먼저 인식의 변화,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변한 것도 바로 그런 부분이라면서,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먹거리가 귀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소비주의에 길들여져 있었다”면서, “생활안에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적당량을 장보고, 알뜰하게 먹을 줄 아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또 안동교구 솔티 분회와 교류하면서 농민과 농업이 바로 나의 일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 고척동 성당 우리농 활동가들. 현재 15명이 활동하고 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하영옥 분과장) ⓒ정현진 기자

전 교회 차원에서 생태 운동,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위한 시스템 만들어야

“현재 우리농 운동은 일부 사목자와 활동가의 개별적 의지에 기대고 있어요. 우리농 운동은 분명 교회가 하는 일이고, 창조보전을 위한 노력은 하느님이 창조한 세상을 올바로 지키는 일인데, 교회 구성원들의 관심이 너무 없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하느님의 자녀라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 할 문제 아닌가요? 신자들의 인식, 신자들의 밥상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하영옥 분과장은 환경과 생태를 회복하는 일에 특별히 농촌의 문제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면서, “교회가 개인의 관심과 의지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신자들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교육과 홍보,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당장 본당 사제가 바뀌면 매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게 된다면서, “교회가 이것이 사목이자 운동이라는 것을 알고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영옥 분과장은 이 운동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활동의 터전과 동료들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의지를 보이면서, “더디고 돌아가는 길이라도 길동무가 하나씩 생기고 있다. 본당 신자들, 농민들이 서로의 수고와 존재에 감사하면서 신앙을 실천하는 구체적 지향을 찾고 그 속에서 성숙해지고 있다”며, 본당 공동체가 더불어 인식을 바꾸고 변화하는 기쁨을 더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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