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많은 난제 놓여

미국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인정함으로써, 그간 많은 주에서 인정하기 시작한 동성결혼이 이제 미국 전역에서 합법이 되었다. 이와 관련해 가톨릭교회는 적응과 반발 사이에서 앞으로 많은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동성결혼은 단순히 추상적 교리 문제가 아니라 현실 문제다. 그간 동성혼인을 긍정하는 수업 내용에 반발하는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그런 수업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청원해 왔고, 꽃집이나 빵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동성 결혼에 축하로 보내는 문구나 상징이 들어간 화환이나 케이크 등의 주문이 있을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느냐를 놓고 법정 다툼을 벌여야 했다. 이것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냐 아니면 종교적 신념의 자유냐 하는 헌법 논란이었다. 또한 일부 주에서는 예전부터의 관례로 교회 혼인이 곧바로 국법 혼인으로 인정되는 특권이 있었는데, 가톨릭교회에서 동성애자 신자끼리의 혼인성사를 거부하면 이 특권을 잃을 수도 있다.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입양단체들은 동성애자 “부부”에게 아이들을 입양해 보내기를 거부하다가 위법 논란이 일자 아예 자진 폐쇄하기도 했다. 학생과 교직원의 동성결혼을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가톨릭대학에는 국가 보조금을 줄 수 없지 않느냐는 논란도 있다.

▲ 6월 26일 미국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리자 동성결혼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CNS)

하지만 가톨릭이 동성애자와 성소수자의 권리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단체들도 있다.

“동성애자 사도직 가톨릭협회”(Catholic Association for Lesbian and Gay Ministries)의 아서 피츠모리스는 대법원 판결이 있은 뒤 <내셔널 가톨릭리포터>(NCR)에 “이제 동성결혼이 합법화됐으므로, 동성애 관계에 있는 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말할 공간을 제공하는 일을 계속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우리가 정치적 논쟁에서 비껴나 이번 판결이 동성애자이면서 가톨릭신자인 이들에게 무슨 뜻을 지닌 것인지에 관한 사목적 대화로 초점을 옮길 기회“라고 했다.

동성애자 권리를 옹호하는 가톨릭 단체인 “새로운 사목”(New Ways Ministry)의 프랜시스 드베르나르도 사무총장은 “법은 바뀌었지만,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은 실제 동성 결혼을 직접 눈앞에 보기 전까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번 판결의 중요성은 그것이다. 결혼 평등성이 존재하지 않던 주에 살던 이들에게 동성결혼의 이점을 눈으로 보고 그것이 전혀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그는 또한 미국에서는 (동성결혼에 대한 이러한) 교육과 친밀화가 일어나야 할 곳이 많다면서, “미국 주교들도 그 일부다. 이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동성결혼자들의 현실로부터 자신의 눈과 귀를 스스로 닫아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주교회의 의장인 조셉 커츠 대주교는 대법원 판결이 “비극적 오류”라고 규정했다. 그는 “40년 전에 낙태를 (부분)합법화한 대법 판결이 그렇듯 이번 판결도 진리에 뿌리를 두지 않았고, 그 결과 둘 다 결국은 실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시내티 대교구의 데니스 슈너 대주교는 이번 판결이 세속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혼인에 대한 지금까지의 미국 사회의 이해를 타락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동성애 짝들이 부모로 있는 가정의 수가 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러한 가정들은 누구나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으며, 교회로부터 적절한 사목적 돌봄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미국 주교회의는 지난 26일에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원격 기자회견을 했다. 이에 <CNS>가 동성혼인에 대한 미국 사회의 논쟁이 “시민권”과 관련해 진행됐던 데 비추어, 교회가 이를 거부하면 “꼴통으로 찍힐” 위험이 있지 않느냐고 묻자 대니얼 플로리스 주교(브라운스빌 교구)는 “이미 그런 말들을 듣고 있는데, 이 문제도 그렇고, 아마 몇 가지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그런 듯” 하다고 했다. 그는 혼인이라는 단어의 뜻으로나 하나의 제도로서 “안정된 가정생활”이나 “사회의 기본 세포로서 어머니, 아버지, 아이들에서 유래하는 많은 것들”과 관련해 “수천 년 간 이해되어 온 것들”에 관한 그간의 입장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교회에 달렸다고 했다.

미국사회는 1960년대 학교나 교회, 버스, 식당 등에서 흑백분리를 하던 흑인 차별을 철폐하려는 "시민권 운동"을 지나며 인종, 성, 종교 등을 기준으로 한 각종 차별을 경계하는 민감한 인권평등의식을 발전시켜 왔다.

볼티모어 대교구의 윌리엄 로리 대주교는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수정헌법 제1조를 수호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여기에는 의사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자유로운 실행의 권리도 포함된다”고 하면서, “어떤 이에게 (꼴통이라고) 딱지를 붙여서 토론을 끝내거나 동의하지 않는 자를 따돌림하려는 것은 수정헌법 1조의 정신에 진짜로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온건한 입장을 밝힌 주교들도 있었다.

사바나 교구의 그레고리 하트메이어 주교는 “이번 판결은 우선적으로 시민권 선언이지 교회가 가르치는 혼인에 대한 재정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해서 이 결정을 받아들이는 이든 안 받아들이는 이든 서로 지켜야 할 시민성의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우리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독설을 내뱉거나 비열한 행위를 할 수 있다는 허가증도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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