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노동자도 단결권 인정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노동자도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속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선고됐다. 이로써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도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5일 대법원은 “타인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그러한 근로자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며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북이주사목센터 김창신 신부는 26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이주노동자도) 같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지녀야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판결”이라면서 기뻐했다. 이어 이 일을 계기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 이주노동자의 대한 차별이 없어지길 바랐다.

민변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지만 대법원이 8년 만에 판결을 낸 것은 비판했다.

▲ 지난해(2014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에 열린 이주노동자대회에서 한 노동자가 이주노동자의 노조를 합법화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배선영 기자
2005년 5월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주노조)은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같은 해 6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노조 임원과 조합원 일부가 출입국관리법상 취업 및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이라서 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며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이주노조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06년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지방노동청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007년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주노조의 손을 들어 줬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상고해 대법원에서 심리가 시작된 지 8년이나 흘렀다.

민변은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장기 미제사건 기록을 갱신했고, 현 대법관에 이르기까지 주심 대법관만 3명을 거쳤다”고 밝혔다. 그동안 초대 위원장 등 이주노조 주요 임원들이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표적단속 돼 강제추방 당하거나 입국이 거부됐다.

또한 올해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에서 채택된 보고서에서도 이 사건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체류자격에 상관없이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을 한국 대법원과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외국인노동자의 노조 설립이 합법화됐지만, 농촌이주노동자의 현실은 여전히 깜깜하다. 김창신 신부는 이번 계기로 이주노동자의 현실에 관심을 가져 주길 당부하며, 근로기준법 63조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63조는 농업, 축산업, 어업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휴식, 휴일 등을 보장받을 수 없는 ‘예외’로 정해놓고 있다.

김 신부는 이 법 때문에 농촌이주노동자에게 3년간 휴일을 주지 않고, 하루 15시간씩 일을 시켜도 고용주가 처벌받지 않는다며 이 조항은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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