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가 바라본 세상과 교회]

평화는 공평하게 나누어 먹는 것이라 했다.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지는 세상이 평화로운 세상이며 정의로운 세상일 것이다. 지구와 우주계의 평화가 유지되지 못하는 이유도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기계적 발전에 대한 맹신과 인간중심적 세계관에 기초를 둔 물질적 소유와 소비 지향적 생활방식, 나누어 먹기보다 누군가의 독식에 의한 불공정한 분배는 오늘날 생태위기의 원인이 된다.

우리가 생태위기를 극복하려면 우리에게 자연은 단순한 삶의 ‘환경’이 아니라 창조주 하느님의 거룩한 숨결이 서린 ‘창조’이고 우리에게는 창조를 돌보고 가꾸어야 할 책임이 있음을 느끼고 이에 따라 실천, 행동해야 한다.

소박하고 검소하게 사는 것이 생태 영성을 살아가는 구체적인 표현이고, 생태적 소박한 삶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살아 있는 예를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보여 주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COP21)'가 열린다. 이는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로 인식되며, 인류가 지구평균온도 2도 상승 억제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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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심적 사고와 행동의 결과인 지구 공동체의 기후변화는 삶을 뿌리부터 파괴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후변화에 맞서는 일이 중대한 윤리적 책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기관과 단체가 참여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 조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 필요성에 동감한 이들의 제안으로 지난 6월 16일 ‘전환을 위한 기후행동 2015’의 출범식 및 집담회가 열렸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에 뜻 있는 이들과 단체들이 연대한 결과다.

여기에 동참한 한 사람으로서 내게 큰 울림을 주었던 것은 활발한 토론을 하고 대책을 세우는 이들의 열정이었고 또 하나는 새만금, 4대강, 기후변화대응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현대 환경운동의 역사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대응하는 목소리가 작아서 묻히고 묻힐지라도 이 목소리가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감동이었다.

지난 6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에 대한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를 발표했다. 가톨릭 역사상 최초로 환경문제 특히,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정면으로 다룬 회칙이다. 기후변화의 위기는 몸으로 느끼면서도 기후 변화의 책임을 두고는 국가 이기주의의 덫에 매여 헤매고 있는 것이 지금의 지구 사회의 현실이다. 현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성찰로 생태적 회심을 이루자고 이 회칙은 호소하고 있다.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는 이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주변과의 관계를 ‘인간과 환경’으로 대립시켜 생명의 흐름을 막고 각각을 고립시킨다. 이러한 환경적 사고에서 벗어나 피조물 간의 관계를 존중하는 온전한 ‘생태’적 사고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 시기에 우리와 함께 삶을 나누는 누이이며, 두 팔 벌려 우리를 품어 주는 아름다운 어머니인 지구와 다양한 차원의 대화와 생태교육을 촉구하는 교황의 회칙 발표가 기후변화로 앓고 있는 지구공동체에 국제 사회가 적극 행동, 대응하려는 노력과 실천을 이끌어 내길 바란다.

더불어 사는 우리의 집인 지구에 대해 즉 모든 피조물에 대하여 복음을 전해야 하는 우리의 소명은 이 회칙에서 말한 실천적 제안을 행동으로 옮겨 생태적 지구의 온전함을 회복하는 것이다.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는 지배자로서가 아니라 협력자와 보호자로, 국가 사회 안에서 소비자가 아닌 생활인으로 거듭날 때 살맛나는 세상, 생명의 세상이 꽃피고 열매를 맺어갈 것이기에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와 “그리스도인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를 바치도록 초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안에 지금 이 순간부터 동참하며 한걸음 한걸음씩 생태적 발걸음을 내디뎌 보자.
 

 

 
 

이진영 수녀(체칠리아)
사랑의 씨튼수녀회 수녀
인천새터민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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