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선생, 관료 교회 일깨우는 언론 되길 기대..

 

3월 26일 저녁 7시부터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4층강당에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catholicnews.co.kr'  창간기념행사 열렸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발행인 홍성훈)는 인터넷신문으로 '교회쇄신과 사회복음화'를 위한 여론을 형성하고, 교회 내 책임 있는 토론문화와 복음적 교회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창간되었다. 특히 이 매체는 생명-평화와 여성, 청소년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환기시킬 목적을 갖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지난 2007년 봄부터 우리신학연구소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어, 그 해 9월 13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카페’ 형식으로 '가톨릭인터넷언론-지금여기'(발행인 호인수 신부)를 개설해서 운영해 왔다. 그후 2008년 11월 30일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로 개명하여 홈페이지 개통하고, 이사회를 거쳐 정식으로 언론사 등록을 하고 이번에 창립기념식을 갖게 된 것이다. 편집인은 <공동선> 편집장을 맡았던 한상봉씨가 맡고 있다. 

현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독자층은 3,500여명이 되고, 주로 가톨릭신자들이 많지만 종교와 종파를 넘어서 선의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이 매체는 지원받는 기관단체가 없기 때문에 소액후원자들의 자발적 후원을 바탕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현재 후원자가 130여명이며, 1천명 이상이 되어야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김종철 선생
이날 기념강연에서 김종철 선생(녹색평론 발행인)은  '교회와 언론, 우리시대에 무엇을 할것인가?'라는 주제로 급진적 가톨릭영성가이며 교육자인 이반 일리치의 견해를 바탕으로 국가권력과 교회에 대해 성찰했다.

김종철 선생은 "내 인생에 가장 도움을 주었던 이들이 알고보면 가톨릭 사람들이 많다"면서 그중의 하나로 이반 일리치의 영향을 손꼽았다. 현실적으로 우리사회의 언론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면서 "양심적인 언론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는 본질적으로 폭력일 수 밖에 없는 필요악"이라면서, 관료들이 자신을 스스로 인간화시키지 못하므로 언론이 압력을 가해 '선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 역시 필요악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반 일리치의 사례를 들며, 이반 일리치는 멕시코 민중과 민중문학을 이야기 했는데, 결국 교황청에서 심문하여 사제 자격을 잃었다고 한다. 일리치는 자신이 저항하는 것은 "관료 교회"이지 "어머니 교회"는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종철 선생은 "가장 좋은 것이 타락할때 가장 나쁜것이 된다"는 말을 빌어 그리스도교 신앙이 제도화되면서 비롯된 문제들을 지적했다. 원시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는 아무런 댓가없이 봉사하는 모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가족이 마른빵과 이불과 양초를 준비해 두었다가, 저녁시간에 아무때나 길가는 손님을 맞아들였다고 한다. 그에게 불을 밝혀주고, 따뜻한 담요를 제공하고 먹을 것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4세기에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제도화된 교회로 인해 그리스도인 개인들이 행하던 이러한 덕행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덕행의 제도화로 나간 것이 그리스도교이며, 그 교회가 관료화되면서 교회는 인간성을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에 김종철 선생은 "이런 관료 교회로 가지 않도록 돕는 게 교회언론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일을 해나가는데, 함께 걸어가는 이들이 맺는 '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언론운동의 든든한 배후로 언론협동조합 같은 공동체 문화를 생각해 볼 것을 제안했다. 

<지금여기> 이사들이 마음을 모와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한편 2부에서 이어진 기념식에서는 편집국장 한상봉씨의 경과보고에 이어 홍성훈 발행인이  "따뜻한 마음으로 교회와 세상을 바라보자"고 하면서 부족한 점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메리놀외방선교회의 하유설신부는 미국교회의 대안 언론의 역사를 밝히며, 도로시 데이와 피터 모린이 설립한 가톨릭일꾼운동에서 1931년부터 발간해 온 <가톨릭일꾼 Catholic Worker>라는 신문을 소개하고, 미국가톨릭의 진보적 매체인 NCR(National Catholic Reporter)이 "정의와 평화에 위한 소식을 알리고, 여기에 영감을 주기 위한 교회 사회 지구 공동체의 토론공간"이 될 목적으로 발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밖에 김지영 가톨릭언론인회 회장은 '지금여기'가 "비판은 하되 매화 향기 처럼 은은하게" 해주었으면 바랬으며, 김정대 예수회 신부는 "신앙과 정의에 봉사하는 언론, 신앙과 정의에 대해 독자들이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 언론이  되어달라"고 주문하면서 "교회 안에서 대안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서 정말 '교회에 약'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분열된 우리 사회 안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할뿐 아니라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게 하여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화해할 수 있도록 하는" 언론이기를 희망했다.    

한편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대표는 "지난 촛불정국에서 아무도 기사를 써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여기'가 있어서 다행"이었다면서 "언론이 탄압받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해달라"며 창간을 축하해 주었다. 

마지막 순서인 축하공연에서는 유신애씨가 '가리워진 길'과 '그런 나이길'이란 노래를 불러주었고, 김경아씨가 판소리 심청가 중에서 심봉사가 눈 뜨는 대목을 열창했다. 특히 심청가에서 심청을 알아보고 심봉사가 눈을 뜨자, 그 자리에 초대받았던 다른 봉사들도 눈을 뜨게 된다는 대목은 구원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 전망을 보여주는 듯하여 청중들의 인상에 깊이 남았다.  


두현진/ 지금여기 기자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