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국내 최초의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 폐쇄가 확정됐다. 그러나 고리 1호기의 폐로와 해체 과정에서 나올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탐욕의 현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물려 줄 타락한 유산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장영식

지난 6월 16일, 한수원 이사회는 국내 최초의 핵발전소인 고리1호기의 폐로를 확정했다. 고리 1호기가 2년 뒤에 폐로와 해체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서 핵발전소 해체 문제가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

핵발전소 해체 과정에서 최대 난제는 사용후 핵연료를 어디에다 두어야 할 것인가다.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에 가동 중단되면 핵반응로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빼낸 뒤 해체를 준비하게 된다. 핵발전소 폐쇄 뒤에도 최소 5년 정도는 수조 형태의 습식 저장시설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냉각시켜야 한다. 본격 해체 작업은 수조에서 식힌 사용후 핵연료를 수조 밖의 다른 시설로 빼내야만 시작할 수 있다.

결국 2017년 6월, 고리 1호기가 폐로되고 5년이 지난 2022년에는 핵발전소 구조물의 방사능 독성을 씻어낼 제염 작업을 하기에 앞서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 방안을 정해야 한다. 그 뒤 습식 저장시설에서 냉각한 사용후 핵연료를 수조에서 빼내야 하는데 갈 곳이 없다. 지금까지는 핵발전소 안에 임시로 저장했지만, 이미 국내의 모든 핵발전소 내의 저장시설은 포화 상태다.

그동안 한국 정부와 한수원은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가동하는 데만 집중해왔다. 핵발전으로 생기는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는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와 한수원은 눈앞의 이윤에만 눈이 멀어 대책 없이 핵발전소를 가동해 왔던 것이다.

고리 1호기 폐로와 해체 절차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정부와 한수원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는 어디로도 갈 곳이 없고, 어떠한 해결 방법도 없다는 것을. 결국 탐욕의 현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타락한 유산으로 물려 줄 수밖에 없는 사용후 핵연료를 양산하는 핵발전소는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닥쳐올 위험을 모르고 당장의 풍요로움에 만족하는 성서 속의 어리석은 부자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루카 12,20 참조)

▲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결정한 이상, 월성 1호기의 폐쇄뿐만 아니라 건설 중인 핵발전소와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전면 포기해야 한다.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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