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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세상,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치유성안드레아 병원, 김선규 수사와 만나다

“작은 것, 세상의 구석구석을 집중해서 보면 평소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다른 세계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지난 4월 15일 SNS에 “쉬고 있는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를 찾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의 병원장 김선규 수사는 정신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사진치료를 시도하기 위해 카메라 기증을 부탁했고, 카메라 20여 개가 병원에 도착했다.

6월 12일 경기도 이천에 있는 성안드레아 병원을 찾아 사진치료와 정신질환에 대해 사회적으로 극복할 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병원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넓고 푸른 들판에 저절로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끼며 병원장 김선규 수사를 만났다.

   
▲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 안. 넓은 들판을 지나기 전에 오른쪽에 병원 건물이 있다. ⓒ배선영 기자

모든 사진은 의미있다
환자들, 사진작업으로 긍정적인 기운 얻길 기대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환자들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보며 의견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5.18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사진치료가 이뤄진 것을 보고 시작한 것이다. 못 찍은 사진은 없고 모든 사진에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사진에 제목을 붙이고 서로의 사진에 대한 느낌을 나누면서 긍정적인 기운을 받는다.

병원에는 사진작업 외에도 미술치료, 춤 테라피, 공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특히 환자들은 아침마다 원목처 신부들과 함께 하는 명상을 만족해 하는데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김선규 수사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이들을 받아들일 제도나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아 환자들이 “나는 할 수 없는 사람, 질병이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억압하고 소심해진다”고 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병을 키운다

또한 편견 때문에 입원환자 중에는 병을 키워서 오는 사례가 많다. 진단을 받고 약을 먹으면 안정되는 경우도 많은데 자신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치료를 거부하는 것이다. 보호자들의 편견도 심하다. ‘우리 집안에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병을 감추려 한다. 결국 병이 심해져 가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돼 병원을 찾는다.

김 수사는 정신과를 쉽게 접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상태에 따라 병원에서 며칠 쉬어 가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알콜중독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에도 어쩌다 술이 고플 때는 스스로 병원에 머물다가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몸의 흐름을 파악하면 병원의 작은 도움으로 문제없이 이겨내고 살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한 것도 병원을 늦게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엄마가 왜 그러지? 부인이 이상해졌어, 성격이 변했어’라고만 생각해 가족 간의 갈등만 심해지고, 병이라고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김선규 수사는 이럴 경우 가까운 병원에서 상담을 받길 권했다. 그는 조울증 등의 질환을 예로 들며, 주변에서 힘내라고 기운을 복돋아 준다고 해서 힘을 낼 수 있는 것 아니라며, 별것 아닌 것처럼 치부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생체리듬의 문제거나 호르몬 작용이 원인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지 못하면 사고가 나고 병이 커져요”

   
▲ 환자가 사진치료 시간에 찍은 병원 안 모습으로 제목은 '기다림III'. (사진 제공 =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
김 수사는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깨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병이 나은 뒤에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자신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환경에서 병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다고 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 치유의 길이라고 생각해 이 병원은 환자를 직접 돌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성안드레아 병원은 CCTV와 창살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병동에 CCTV를 두면 간호사 한 명이 백 명도 감시할 수 있겠지만, 수시로 간호사가 병동을 돌고 환자를 대한다.

1990년에 한국순교복자 성직수도회가 병원을 세울 때부터 환자의 인권을 중요하게 여겼다. 창살이 있으면 환자의 입장에서는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고, 병원에 대한 두려운 이미지가 연상되기 때문에 강화유리로 만들었다.

2006년에 리모델링을 했을 때는 병동에 있는 간호사실의 막도 없앴다. 흔히 정신병동에는 간호사 보호를 위해 아크릴로 된 막을 설치한다. 병원에 견학 온 실무자들은 이런 현장을 보고 놀라며 위험하지 않냐고 묻곤 한다. 김 수사는 위험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이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김 수사는 종교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도 많다며 본당사목을 하는 신부들에게 성령의 은총과 종교망상을 잘 식별해 주길 당부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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