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기술, 핵폐기물 처리 등 여러 문제 잔뜩

핵발전소 고리 1호기 폐쇄가 결정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고리 1호기 2차 연장운행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산자부는 6월 12일 12차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고리 1호기 가동 영구 정지를 권고했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가동된 핵발전소이며, 폐로 결정도 국내 처음이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 폐쇄 결정과 관련해, 2007년 이후 현재까지 고장정지는 5건으로 2차 연장운행을 위한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했지만, 원전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에너지 정책 추진이라는 대의를 감안해 영구정지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맨 오른쪽이 국내 첫 핵발전소 고리 1호기. ⓒ장영식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에 운전을 시작한 국내 첫 상업용 핵발전소로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에 있다. 지난 2007년 30년 설계수명을 마쳤지만, 정부가 수명을 10년 연장해 2017년 6월까지 운영된다. 고리 1호기는 그동안 국내 핵발전소 사고의 20퍼센트나 되는 약 130회 고장을 일으켜, 1차 연장운행 결정 당시에도 반발과 논란을 빚었다.

한수원 조석 사장은 이사회 직후 전 임직원에 보낸 이메일에서 “원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며, “이런 시대변화를 기회로 삼아 도전하고 극복하기 위해 직접 TF팀장이 되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준비를 철저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고리 1호기는 1차 연장운행이 종료되는 2017년 6월까지 운행한 뒤, 2018년 7월까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해체 계획서를 제출하고 2022년 6월 원안위 승인을 받아 해체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해체 기간은 영구정지 전 준비, 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안전관리, 제염 및 해체, 부지복원 등의 과정으로 최소 15년 이상이 예상된다. 해체 비용은 2012년 6월 기준으로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산정위원회'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1기당 6033억 원이다. 하지만 이 비용에는 폐로 방식과 절차, 폐로에 대한 규제 수준, 노동자 피폭 등에 따른 차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핵발전소 해체 비용은 세계 평균 비용이 6546억 원이며, 추산금 편차도 일본의 경우 9590억 원, 프랑스 4856억 원 등으로 크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 가이드라인 없이 일률적인 비용을 계산하고 있다.

해체 기술 확보에 대해서 한수원은 고방사선 원자로 및 내장품 원격 절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원자로와 내장품 원격 절단 기술은 해외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 핵발전소 폐로 기술 수준은 프랑스, 독일, 미국 등에 비해 절반 정도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실제 국내 핵발전소 해체 전문 인력은 약 20명 뿐이다. 

폐쇄 결정에 따른 각계 반응..."폐쇄 과정과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법, 제도 마련해야"
고리 1호기 폐쇄...탈핵 정책 전환 기회로 삼아야

이번 결정에 대해 탈핵 및 환경운동 단체 등에서는 고리 1호기 폐쇄는 늦었지만 당연한 결과라면서, 제대로된 핵발전소 해체와 다른 노후 핵발전소 폐쇄를 촉구했다. 또 고리 1호기 폐쇄 과정과 함께 핵폐기물 처리 문제도 언급했다.  

창조보전연대 양기석 신부(수원교구)는 “해체도 중요하지만,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훨씬 중요하다. 고준위 핵폐기물을 영구적으로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나를 폐쇄하고 새로운 발전소를 짓자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핵기술을 포기하고 다른 기술을 찾아야 한다”면서, “교회에서는 핵을 이용하는 발전 시스템과 기술 자체가 결국 인간과 창조질서에 큰 위험이라는 입장을 지켜야 하며, 핵기술을 포기하도록 요청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고리 1호기가 제대로 해체되기 위한 준비 과정에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만큼의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주민 의견수렴, 피폭 노동자 문제, 핵폐기물 처리 방안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으므로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핵발전소 해체 법, 제도가 빨리 보완되어야 하며, 갈등과 불안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정책을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도 고리 1호기 폐쇄를 환영한다면서도, 고리 1호기로 발생한 문제는 고리 2, 3호기 와 다른 지역 핵발전소에도 그대로인 만큼,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철회를 비롯해 에너지정책 자체를 탈핵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녹색당도 고리 1호기를 폐쇄한다면 연장 운행에 들어가는 월성 1호기도 폐쇄해야 한다면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영덕과 삼척에 지으려는 신규 핵발전소, 현재 건설 중인 핵발전소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내에는 현재 고리 1호기를 포함해 23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건설 중인 핵발전소는 5기, 건설 예정인 핵발전소는 8기로 총 36기다.  전 세계적으로 운영중인 핵발전소는 2014년 말 기준 438기, 영구정지된 핵발전소는 19개국 150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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