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온상 마드라사 통제의 모순

파키스탄은 지난해 12월 탈레반이 페샤와르에서 한 학교를 공격해 어린이 130여 명을 죽인 뒤, 이슬람 극단주의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사원 학교를 정리하겠다고 나섰으나 보수파의 강한 저항을 받고 있다.

이 사건 뒤 정부는 “국민행동계획”을 발표했다. 6년간 유예됐던 사형제를 재개하고, 헌법을 개정해 군사법원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공격을 수행하는 자들을 재판할 수 있게 했다. 또 이 계획에는 “마드라사”(madrassa)라고 하는 전통 이슬람 학교들을 철저히 감시한다는 것도 들어 있었다. 파키스탄에는 약 1만 3000개의 마드라사가 있는데 97퍼센트가 사립이다.

이 마드라사에는 180만 명의 어린이가 다니고 있는데, 그 교육내용에 대해 거의 아무런 감독이 없다.

한 예를 들어 파키스탄의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의 가장 부유한 지역에 있는 자미아 파리디아 마드라사는 강경파 이슬람 성직자인 마울라나 압둘 아지즈가 운영하는데, 그는 공공연히 “이슬람국가”(IS)를 찬양하고, 마드라사 안에는 오사마 빈라덴의 이름을 딴 도서관을 지었을 정도다. 여기에 다니는 12살의 한 소년은 “빈라덴은 나의 영웅”이라며, “시아파는 이슬람이 아니며, 따라서 이슬람으로 개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키스탄은 인구 대부분이 수니파 이슬람 신자이지만 시아파도 20퍼센트나 된다. 아지즈는 “시아파 한 사람을 죽이면 천국에 70걸음 더 가까워진다”고 말하곤 했으며, 파키스탄 탈레반에 대한 정부의 공격은 “비이슬람적”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마드라사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출처 = www.ucanews.com)

반발은 파키스탄 국내뿐 아니다. 이들 마드라사에 후원금을 보내는 나라들이 중동의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인데, 파키스탄은 이들 나라에게 경제적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갈등이 일자, 사우디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마드라사에 보내지는 모든 후원금은 정부가 검증했다고 해명했으나 실제로는 상당수는 비공식 통로를 통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아주 종교적인 사회여서, 마드라사에 대한 염려에도 성직자들은 대체로 높이 존경받는다. 이들의 저항을 이겨내려면 강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데, 파키스탄 정부가 과연 해낼 의지가 있을지가 의문이다.

파키스탄은 헌법에는 정교분리를 명시한 세속주의 국가이지만, 1980년대에 쿠데타로 집권한 지아울하크가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이슬람주의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슬람화를 추진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정권들은 이슬람 성직자들의 후원을 추구해 정치적 이득을 얻어 왔다.

마드라사는 가난해서 정식 학교를 다니기 어려운 가정의 어린이들에게는 나름 큰 희망의 빛이다. 마드라사에서는 학비가 무료일 뿐 아니라 먹고 자고 입는 것이 다 무료다.

마드라사에서 오래 교육을 받아 율법학자(물라)가 되면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사회적 지위도 높아지고, 자기 자신의 마드라사를 열 수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