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장영식

‘희망버스’가 떠나고 나면, 언제나 경찰은 과잉대응을 했다. 한진중공업 때도 그랬고,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의 송전탑 농성 때도 그랬다. 지난 6월 6일부터 6월 7일까지 1박2일 동안 진행됐던 생탁과 택시노동자들의 부산시청 앞 전광판 위의 고공농성장에서도 그랬다.

희망버스가 떠나고 난 다음 날 점심시간이었다. 고공으로 올라가는 식사를 점검하던 경찰은 칫솔과 얼음 등이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하면서 물품 반입을 막았다. 그 전에도 경찰은 고공으로 올라가는 식사를 손으로 뒤지고 사진을 촬영하며 과잉 대응했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은 고공 위의 두 노동자들을 생각하며 모욕을 참았었다.

고공에서 경찰의 이러한 반인간적인 행태를 지켜보던 두 노동자들은 경찰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고공으로 올라가는 줄을 끊어 버렸고,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돌발적인 사태에 현장의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경찰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6월 8일 점심식사부터 시작된 단식은 ‣경찰의 사과 ‣식사를 반입할 때, 손을 대지 않고 눈으로만 확인한다 ‣생필품 반입은 문제삼지 않는다 ‣차양막 대신 얼린 수건을 제한 없이 반입한다 등으로 합의를 보고 6월 9일 점심부터 무기한 단식을 해제했다.

그러나 경찰은 6월 10일 저녁식사 때, 컵라면과 얼음조각이 무기가 될 수 있다며 반입을 막았다. 비닐봉지로 컵라면을 묶은 것을 풀고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컵라면은 고공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농성장 주변으로 뒤엎어졌다. 경찰이 사과하고 단식을 해제한 만 하루가 지난 뒤의 일이다.

칫솔과 컵라면 그리고 얼음 조각들이 무기가 되어 버린 기가 막힌 세상이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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