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 인권보고서에서 한국문제 다뤄

 

지난 2월 미국정부는 <2008년 인권보고서>를 발간했다. 매년 2월이면 발표되는 이 보고서는 여타 국가들이나 단체들에서 발간하는 연례보고서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 영향력에 있어서는 월등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특수한 관계를 가진 국가들에게 이 보고서는 앞으로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과 북한은 강하게 반박하였고 한국도 공손히 그런 적 없다고 대답하였다.

이 보고서는 미국정부의 외교상 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미국이 관심을 가진 국가들과 미국이 중요시하는 권리를 중심으로 작성되었다. 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10대 최악 인권위반국’의 선정은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엔 어느 국가가 선정되었는지 관심을 가지고 기다렸지만 2009년, 새로운 정권의 첫 인권보고서에는 ‘최악의 인권위반국’의 선정이 없었다. 이 변화는 언론이나 사람들, 국가들을 자극하는 용도가 아닌 보고서 원래의 목적에 충실하겠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후 한국의 언론에서는 ‘북한의 인권상황 여전히 혹독하다’라는 제목으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지난 몇 년간 매번 같은 내용이다. 몇몇 증언은 수년전에 북한을 이미 떠난 사람들의 것이어서 연례보고서에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지난해와 다른 부분이 눈에 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한국부분이었을 텐데 언론에서는 보고의 첫 문단만을 번역했을 뿐 나머지 부분은 조용히 묻혀버렸다.

여성과 장애인,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에 대한 내용과 함께 강간, 가정폭력, 아동폭력, 인신매매가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다는 것을 첫 문단에서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시민들에게는 약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할 것이다. 작년이 그 전에 비해 특히 더 심했던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정부의 이러한 시각은 아마도 미디어를 통해 형성되었을 것이며 현 정부가 사회적 공포를 통해 국가권력을 확보해가는 정책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미국산쇠고기와 관련된 촛불집회에 대한 내용이었다. 앰네스티 보고서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였으며 경찰의 무리한 폭력사용과 집회의 자유에 대해서 지적하였다. 미국정부는 집회가 ‘반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한국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며 그것을 확실히 남겨두고 싶었을 것이다.

"한국의 촛불집회는 평화로웠다. 그것은 위대한 '민중의 힘(people power)'이다." 국제엠네스티 조사관으로 한국에 파견된 노마 강 무이코(41)가 한 말이다. 무이코 조사관은 촛불집회를 조사하면서 "촛불집회에 정치단체나 노조 혹은 학생단체 등 전통적인 운동조직으로부터 지도받지 않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고 평가하며 한국내 인권상황을 우려했다. 사진은 무이코 조사관이 문정현 신부와 악수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출처/한겨레신문)

같은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앰네스티가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 비난을 퍼부으며 법적절차를 밟겠다고 했던 것과는 달리 매우 공손한 언어의 반박문을 미국정부에 전달하였다. 촛불집회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미국까지 그렇게 판단한다면 이제는 인정하고 조용히 대책을 마련해야하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선진국’으로 보일수 있는 길이란 걸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미국이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반박한 몇 개 안되는 국가 중 한국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인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국이나 북한과 같은 레벨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시아의 인권리더로서 자리매김하던 한국이 그러한 모습으로 변해간다는 것이 너무나 수치스러울 뿐이다.

미국정부는 이번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미국 자체의 인권상황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마도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면서 원칙없이 이루어졌던 구금과 고문에 대해서였을 것이다. 한명의 리더가 얼마나 많은 것을 변화시킬수 있는가는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과 한국, 한명씩 바뀌었을 뿐인데 두 국가의 변화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그 한명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이 개선되기도 하고 악화되기도 한다. 그것을 아는 시민들은 한 명의 지도자가 아쉬울 뿐이다…

김희진/ 국제 엠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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