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신부] 6월 7일(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마르 14,12-16.22-26

웰빙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온 나라를 가득 채우고 있다.  심지어 살찌는 음식을 먹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겁을 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 어른들이 자주 하시던 '밥심'이라는 말을 이제는 자주 들을 수 없다.  그래서 점점 심(힘)없는 나라와 민족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믿음의 삶을 사는 우리는 신앙의 밥심이라 할 수 있는 성체 성혈의 의미를 올바로 알고 있으며 예수의 살과 피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

내 것을 꼭 쥐고 있으면서 더 소중한 다른 것을 잡으려 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다. 내 손에 잡고 있는 것을 놓아야만 더 소중한 무엇인가를 쥘 수 있다.  손으로 잡는 것보다 꽉 쥔 손을 펼쳐 쥐고 있는 것을 놓는 것이 먼저다.  내 생명을 내어 놓아야만 하느님이 주신 사랑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모든 것, 생명마저 내어 주면서 다른 이들을 살리는 존재가 있고, 자신이 살기 위해서 다른 모든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존재가 있다.  성체 성혈 대축일은 자신의 생명을 내놓음으로써 이웃을 살리는 당신의 사랑을 기억하고 살아 내라고 우리에게 요청하는 예수님의 초대이다.  더 많이 쥐려 아득바득 살고, 나만 살겠다고 이웃의 죽음을 외면하거나, 이웃의 죽음을 딛고 살려는 불의한 가치를 버리고 예수의 가치로 살아야 한다고 요청받는 오늘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라면 온갖 불의와 부정을 저질러도 조금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시대다. 몇 차례의 거듭된 정부의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전관예우나 위장전입, 세금포탈이나 위법, 심각한 이념 갈등과 축재 정도는 허물이나 잘못도 아니라는 듯이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는  듯한 불의한 사회 분위기가 몹시 거슬린다. 자신을 내어 주면서 인간의 존엄을 살리고, 생명을 바쳐서 정의를 지키며, 피를 쏟으며 진리를 세우는 것은 복음에서나 나오는 얘기에 불과한 듯 보인다.  

ⓒ박홍기
신앙인의 힘은 내가 살기 위해 발버둥 칠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나의 생명을 내놓을 때 생긴다. 성체의 신비와 힘은 우리가 세상 안에서 타자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힘이요 원동력이 된다. 때문에 성체의 힘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은 이웃과 타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예수처럼 자신의 생명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몸만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만 살기 위해 남을 해치는 이들에게 예수의 살과 피는 위협적인 정의요 이타적인 삶으로의 강력한 요구다. ‘우리 가운데에는 자신을 위하여 사는 사람도 없고 자신을 위하여 죽는 사람도 없습니다’하신 로마서(14,7)의 말씀처럼 예수님이 내어 준 살과 피의 힘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사람을 살리고 생명의 존엄을 지키며 정의와 진리를 실현하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성체 성혈의 신비는 이웃을 살리기 위해 나를 내어 놓는 결연한 선택이다. 그 선택은 내가 살자고 이웃을 죽음으로 내몰아 가지 않겠다는 사랑의 행동이다.  

세상 안에서 그 신비를 살아갈 수 있는 지치지 않는 힘을 우리는 성체 성혈에서 받는다.  

내가 살자고 이웃을 죽이는 사람인지, 이웃을 살리고자 내가 죽기를 서슴지 않는 사람인지 돌이켜 보며, 성체의 힘으로 살아가자고 다짐해 본다. 

 

 
 

 박명기 신부(다미아노)
 의정부교구 청소년 사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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