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 6세의 <민족들의 발전> 반포 42주년에 즈음하여

안중근 의사 서거 99주기를 맞이하는 오는 3월 26일은 교황 바오로 6세가 사회 회칙 <민족들의 발전 Populorum Progressio>을 반포한 지 42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1965년 12월 8일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폐막한 뒤에 교황 바오로 6세는 공의회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1967년에 회칙을 반포하여, 부의 세계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도와야 한다는 '연대성의 의무'를 강조하고,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의 불평등한 무역관계를 청산하고, 모든 국가가 더 인간적인 세상을 위해 나눠야 하는 '보편적 사랑의 의무'를 선진국에 제시했다.

<민족들의 발전>,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실천 약속

교황이 제시한 <민족들의 발전>에서 표명한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은 곧이어 1968년에 개최된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열린 중남미주교회의(CELAM)에서 '해방'의 주제로 발전되었다. <민족들의 발전>이 선진국을 향해 발언했다면, <메데인문헌>에서는 압제받는 민중의 입장에서 '인간해방'의 주제를 다룬 것이다. 메데인 주교회의를 거치면서 이후 중남미에서는 <해방신학>이 발전하고 수많은 기초공동체가 건설되어 가난한 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식별하고 가난한 자의 눈으로 복음을 읽고 실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또한 한국에서도 1967-68년에 걸쳐 발생한 강화도 심도직물 사건 등을 계기로 교회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노동문제뿐 아니라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물론 이러한 한국교회의 사회참여는 <사목헌장>과 <민족들의 발전>, <메데인 문헌>에서 특별한 영감을 얻었다. 

<민족들의 발전>을 반포하는 교황 바오로 6세


부자도 빈자도 유혹하는 물신주의

최근 한국사회 안에서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 소통되지 않고, 용사 철거민 참사와 대운하 개발사업에서 보듯이 물신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정부정책이 복지적 차원보다 부유한 계층의 편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민족들의 발전>은 다시 읽고 성찰한 가치가 그만큼 높다.

<민족들의 발전>에서는 "지상재화의 획득은 더 많은 재화를 탐내고 더 많은 권력을 잡으려는 무절제한 탐욕으로 사람을 유혹하고 있다. 개인이나 가정이나 국가의 이 같은 탐욕은 부자들뿐 아니라 빈자들까지도 유혹하여 마침내 둘 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이른바 물질주의에 떨어지고 말게 한다"(18항)고 하였으며, "날로 풍성해지는 물질재화를 개인이나 국가의 최종 목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19항)고 판단한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우리 사회 안에서 "사유권과 권력의 남용, 노동자들의 착취, 부정한 상거래로써 조성된 불합리한 사회구조 밑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주목하면서, 인간화된 사회를 취하여 "빈곤에서의 해방, 생활에 필요한 재화 획득, 사회악의 제거, 지식의 증대, 정신적 문화의 획득, 인권존중, 청빈하게 살려는 노력, 공공복지를 위한 협력, 평화의 소망"(21항)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진실한 사랑에 지배되는 사람 되어야

그리고 참된 그리스도의 평화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우리가 빈곤과 부조리를 거슬러 싸우는 것은 결국 인간의 물질적 행복과 정신적 내지 윤리적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전인류의 공동선을 증진시키려는 것이다. 힘과 힘의 불안한 균형으로 전쟁만 피하면 그것이 평화라고 할 수 없다. 평화는 하느님이 원하시는 질서, 더욱 완전한 정의를 인간 사이에 꽃피게 하는 질서에 따라 하루하루 노력함으로써만 얻어지는 것이다"(76항)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교황은 이런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헌신할 것을 바란다. "진실한 사랑에 지배되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지혜롭게 빈곤의 원인을 발견하고 그것을 제거할 방법을 찾아서 마침내 결정적으로 빈곤을 쳐이길 줄 안다. 이 사람이야말로 이 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기쁨의 등불을 밝혀주고 빛과 호의를 쏟아주며 모든 국경을 넘어서 가는 곳마다 형제다운 얼굴과 친구다운 얼굴을 보여주며 스스로 제 여정을 계속하는 사람"(75항)이며 "과연 평신도들이 즐겨 모든 민족들 가운데 정의와 공평의 도덕률을 확립하기 위해 아무런 수고도 아끼지 않는 선봉대가 되어줄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81항)고 말했다.


한상봉/ 지금여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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