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주교회의, "서독처럼 북한 지원"

한국 천주교주교회의가 남북한 정부에 서로 조건 없는 용서와 화해를 촉구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6월 1일 발표한 담화문 ‘분단 70년을 맞는 한국 천주교회의 반성과 다짐’에서 “남북한 당국자들이 기존의 합의들을 서로 존중하여 분단과 냉전체제가 안고 있는 모순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기존 합의에 대해서는 7.4남북공동성명(1972), 남북기본합의서(1992), 6.15남북공동선언(2000), 10.4남북정상선언(2007)을 예로 들었다.

이와 함께 김희중 대주교는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은 정부 차원은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 민간단체들을 통한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남한 정부가 지원하고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대주교는 “이스라엘이 70년의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은총의 새 시대를 맞이하였듯이, 올해 2015년이 분단과 갈등의 70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평화를 여는 해가 되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 2012년 10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통일 기원의 밤' 행사에 참여한 천주교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하고 있다. ⓒ강한 기자

신자들에게는 ‘기도운동’ 동참 제안
“동독에 대한 지원 아끼지 않은 서독 교회처럼”

주교회의는 천주교 신자들을 향해서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운동’을 제안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분단 시절의 서독 교회가 통일을 위한 끊임없는 기도운동을 펼쳤으며, 동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앞서 주교회의는 3월 로마에서 열린 2015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한국 교회 차원의 기도운동을 전개하며, 북한 장충성당의 유지보수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평양에 있는 장충성당은 북한의 유일한 천주교회다.

이어 5월 11일 열린 주교회의 상임위에서는 6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각 성당에서 열리는 미사 전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묵주기도 1단’을 바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한국 천주교가 남북한 전체 인구를 상징하는 ‘묵주기도 8000만 단’을 바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모든 신자들에게는 매일 밤 9시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주모경(‘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을 함께 이르는 말)을 바쳐 달라고 권고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연합군에 항복하자 미군과 소련군은 38선을 한반도 내 군사분계선으로 정하고 남과 북으로 나눠 점령했다. 남한과 북한은 1948년에 각기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통일부 등 정부에서도 올해가 ‘광복’과 ‘분단’ 70주년이라고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 한국 천주교 차원에서 남북통일 기원 미사를 봉헌하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은 6월 21일(주일)이다. 천주교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인 6월 25일에 가까운 주일을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내기로 1965년 정했고, 1992년에는 그 이름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바꿨다. 2005년부터는 이날을 6월 25일 당일이나 그 전 주일에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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