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등 분석

아일랜드에서의 동성혼인 허용이 세계 가톨릭, 특히 서구 교회와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두 가지 분석을 독자들을 위해 요약 전달한다.

아일랜드는 세계 각국에 수많은 선교사들을 보냈으며 1980년대까지만 해도 피임이 불법이었고 지금까지도 산모의 목숨이 위험하지 않는 이상 강간에 의한 임신도 낙태가 불법인 나라다. 지금도 국민의 84.2퍼센트(2011년 기준)가 자신을 가톨릭 신자로 밝히고 있으나, 1980년대에는 90퍼센트이던 주일미사 참석률이 지금은 20퍼센트 정도다.

<뉴욕타임스>의 프랭크 브루니는 “동성 결혼 합법화, 가톨릭 신자들이 앞장”이라는 분석 기사에서 현재 서구와 남미에서 동성 혼인을 인정하는 큰 흐름을 (보수적이라고 다들 생각하는) 가톨릭 신자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벨기에, 캐나다, 스페인,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브라질, 프랑스, 우루과이, 룩셈부르크, 그리고 아일랜드의 공통점 두 가지는 이들이 가톨릭교회가 가장 큰 종파인 나라들이고 또한 동성혼인을 허용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현재 동성혼인을 허용하는 나라는 모두 20개국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가톨릭 신자들은 미국인 평균보다 더 동성애자 권리에 호의적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에 공공종교연구소(PRRI)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동성혼인 허용에 대해 미국인 평균은 54퍼센트가 찬성하고 38퍼센트가 반대했는데, 가톨릭 신자들은 60퍼센트 가량이 찬성하고 30퍼센트 가량이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성혼인에 가장 명확히 반대하는 집단은 가톨릭이 아니라 복음주의파 개신교였다.

그는 이러한 가톨릭 신자들이 자신들의 가톨릭 신앙을 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압도적인 대다수는 여전히 자신이 가톨릭 신자라고 생각하지만, 종교를 로마를 기준으로 보던 태도는 줄어들고 자신들의 삶 안에는 더욱 통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인들은 “가톨릭교회”라는 말을 교황이나 추기경들, 그리고 교황청의 승인 도장이 찍힌 가르침 등과 동의어로 쓰곤 하는데, 유럽, 그리고 특히 미국에서는 “교회”는 그러한 개념보다 훨씬 더 폭이 넓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교회는 자기 자신의 양심과 사회정의감을 먼저 고려하는 영적 경향을 가진 이들을 품에 안으며, 이러한 양식과 전통은 다른 양식과 전통만큼이나 가톨릭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어떤 공인들이 동성애에 대해 주저하는 모습은 미디어, 그리고 때로는 그 공인들 자신들도 그들의 종교인 가톨릭 신앙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는 것이 흥미롭다고 그는 지적했다.

▲ 젭 부시 (사진 출처=en.wikipedia.org)
예를 들어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는 “우리는 전통 혼인의 불굴의 지지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가톨릭 신앙의 핵심이다”고 최근의 한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성인이 된 뒤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이러한 가톨릭 신자 공인들의 (동성애 반대) 입장은 가톨릭 신자들보다는 (미국의 주류 근본주의 개신교인) 침례교인들에게서 더 많은 정치적 지지를 얻고 있다.

이는 “가톨릭인”에는 매주 미사에 참석하고 보수적 견해로 좀 더 기운 이들만 아니라 미사에는 좀 덜 가고 가톨릭을 종교 정체성으로서보다는 하나의 윤리로서 더 중시하는 이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서구의 이런 넓고 다양한 가톨릭교회에서 동성혼인은 빠르게 지지를 넓혀가고 있으며, 가톨릭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교회 기관의 피고용인들이 동성 파트너와 혼인하거나 동성 평등을 요구할 경우 이들을 해고하는 것과 같은 반발에는 지지가 떨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해, 독일 주교들은 5월 초에 교회 기관의 평신도 직원들의 고용계약서를 수정해 이혼 뒤에 재혼하거나 동성 결합(독일에서는 아직 동성혼인은 합법이 아니다)을 하는 이들이 직장을 잃을까 걱정하지 않도록 했다.

이는 유럽과 미국에서 동성혼인이 “이혼”과 비슷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징표일까? 가톨릭 지도자들은 이혼에 대해 (공식으로는) 반대하지만 실제로는 일일이 큰소리로 비난해대지는 않는다.

그는 아일랜드에서 22일 국민투표가 통과된 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대교구의 다이어무이드 마틴 대주교가 “아일랜드의 문화와 교회 사이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면서 가톨릭교회가 “현실 점검”(reality check)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한 데 주목하며, 이는 아일랜드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라고 봤다.

▲ 폴 모리시 신부 (사진 출처=blackwallofsilence.com)
한편, 폴 모리시 신부는 <USA투데이>에 “아일랜드가 동성혼인을 허용한 것은 가톨릭이기 때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서양에서도 가장 가톨릭적인 국가로 꼽혔던 아일랜드가 동성혼인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가톨릭교회가 성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거부하는 것은 거의 의무가 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지난 수 십 년간 가톨릭 성직자에 의한 숱한 성추문과 이에 대한 교회의 잘못된 대응이 알려지면서 교회의 권위는 급속히 추락했고, (적어도) 성에 관해서는 교회 지도부의 말은 아무런 신뢰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성 아우구스띠노회 소속인 폴 모리시 신부는 5월초 교회내 성추문과 동성애 사제의 관계를 다룬 "침묵의 검은 벽"이라는 책을 낸 바 있다. 그는 호스피스와 교정사목, 상담 전문가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그는 아일랜드인들은 가톨릭교회에 의해 혼인을 (사회경제적 필요보다) 거룩한 성사로서 보도록 양육받았으며, 이 때문에 이번에 동성혼인을 하느님이 마찬가지로 강복해 주신 혼인방식으로 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즉 혼인이란 그들이 교회에서 배운 것처럼 아름다운 사랑의 헌신이므로, 서로 사랑하는 동성 간의 관계도 비슷한 헌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인들이 중시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의 헌신이며, 그들은 이 모습을 게이이거나 레즈비언인 자신의 친구나 가족에게서 보게 되었고, 마침내 (혼인의) 두 파트너가 이성이냐 동성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보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가톨릭교회가 사람들이 성애에 관해 나누는 이야기, 특히 젊은이들의 대화 속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려면 그간에 있었던 성직자에 의한 성학대 추문, 그리고 주교들이 이를 덮어왔던 것을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회는 평신도들과 성윤리에 관해 대화할 때 정직해야 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했던 것처럼 평신도들을 초대해 그들 자신의 경험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어떤 이의 성적 관계 방식이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는 뜻이 아니라, 교회 구성원의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교회의 그 어떤 가르침도 육신이 없는 마음과 같고 또한 대중의 실제 경험을 기초로 하지 않은 법률과 같다는 뜻이다.

그는 "교회"는 교계제도보다 더 큰 것이라면서 미국 교회가 동성애에 관해 새롭게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사 원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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