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학대학, 양성 방향 살펴봐

지난 5월 25일 가톨릭대학교가 개교 160주년을 맞아 “아시아 상황에서의 사제 양성”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한국의 신학자들은 각국의 사회적, 종교적 현실에 맞게 사제 양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어떻게 적용하고 나아갈지 살펴봤다.

우선 방글라데시는 이슬람인이 89퍼센트며, 그리스도인은 0.03퍼센트뿐으로 가톨릭 신학교는 하나다. 유일한 신학교인 성신신학대학 엠마누엘 로자리오 학장신부가 방글라데시의 사제 양성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신학교에 가기 전에 사제 양성의 씨앗은 가족과, 본당, 학교, 사제 등 교회 공동체가 캠프, 피정, 복사 활동을 통해 책임을 맡고 진행하고 있다. 공식 과정으로는 소신학교와 대신학교가 있다. 소신학교에서는 인성 양성을 위주로, 신체적,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우며, 신중한 성교육도 이뤄진다.

대신학교에 가기 전 6개월 정도 예비교육기간이 있으며, 이때는 기도, 독서, 명상 등 영적인 교육을 한다. 대신학교의 과정은 6년이며 4년 동안 철학을, 2년 동안 신학을 배운다. 인간 교육, 영적 교육, 지적 교육, 사목 교육이라는 현대 사제 양성의 4가지 축을 기본으로 통합적인 교육을 받는다.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로자리오 신부, 다오 주교, 세네셜 신부, 마타이아스 신부, 알리간 신부, 백운철 신부 ⓒ배선영 기자

그러나 베트남에서 온 다오 주교는 위의 4가지를 바탕으로 한 통합적인 교육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베트남의 사회 문화적인 맥락과 관련해 더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쑤안록 대신학교 학장이다.

그는 현대 사회에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교통수단, 의사소통 방식 등에 편리한 상품들이 등장해 그 폭풍 같은 힘에 많은 젊은이와 신학생들이 끌린다고 걱정했다. 그는 그래서 예수가 우리의 출발점이라는 것으로 중심을 세워야 하며, 모든 사제 양성 프로그램의 출발은 그리스도와의 사제의 관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베트남은 가난하면서도 부에 대한 열망이 뿌리 깊고, 부자여야 존경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런 현실에 대해 신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부분을 사제가 사목현장에서 요구받는다. 그래서 다오 주교는 복음적 가난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살 수 있는 사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세네셜 신부는 캄보디아의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대신학교에서 창세기부터 요한 묵시록까지 모두 강의한다. 캄보디아에는 신학교가 단 하나며, 신학생은 8명뿐이다. 문제는 신학생이 너무 적다 보니 강사 수도 적어 해외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나을지 고민 중이다.

전체 인구의 0.15퍼센트가 가톨릭 신자이며, 이중 80퍼센트가 외국인이다. 아직 정식 교구는 없고, 전체 사제 72명 중 캄보디아 출신은 7명이다.

세네셜 신부는 캄보디아가 매우 가난하며, 사회가 불안하므로 강직하며 안정적인 사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세상과 직접 부딪힐 수 있어야 하며, 또한 신자가 아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에 있는 성 베드로 교황청립 신학대학의 학장인 요셉 베네딕토 마타이아스 신부는 인도 교회에 대해 설명했다. 인도 전체 인구 12억 중에 가톨릭신자는 2퍼센트 밖에 되지 않으며, 170개 교구에 200여 명의 주교, 2만여 명의 사제가 있다.

그는 지금 인도에서는 평신도와 사제들이 (힌두교) 광신도들과 맞서면서 목숨이 위험해지기도 해 인도 안팎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면서 사제를 양성할 때 ‘인권과 정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NGO와 협력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런 면들이 교회의 본분이 아닌 것처럼 돼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마타이아스 신부는 또한 세례를 주기 위해서만 사제가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현대 사회의 도전 과제에 맞는 사제 양성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 가톨릭대학교 개교 160주년 기념 미사 모습 ⓒ배선영 기자

필리핀에서 온 로델 알리간 신부는 산토토마스 대학의 학장이다. 그는 생태, 부정부패, 취약한 경제, 영성의 부재, 사회적 부당함 등 필리핀의 우선적인 과제와 맞물려 교회 또한 쇄신해야하고, 가난한 이를 위한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제의 정체성은 살아있는 주님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른 종교와의 대화를 강조하며, 사제는 열린 자세로 중요한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2000년 이후에 10-15명의 신학생이 무슬림과 같이 생활하는 프로그램을 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했다.

끝으로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인 백운철 신부는 소공동체 안에서 말씀을 중심으로 한 인성과 영성 교육, 세상을 전체적으로 신앙의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통합적인 지적 교육, 교황청의 인정을 받는 대학으로 변화, 강론을 위한 철저한 준비와 다양한 사목 분야에서 수도자, 신자와 협력하는 사목교육 등을 사제 양성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한편, 이날은 가톨릭대 신학대학 개교 160주년 기념일이었다. 가톨릭대 신학대학은 1855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교육을 시작한 배론의 성요셉신학교를 모태로 용산 예수성심학교, 경성천주공교신학교, 성신대학, 가톨릭대학을 거쳐 현재의 가톨릭대 성신교정으로 발전했다.

현재 서울대교구와 의정부교구 소속 신학생의 사제 양성 교육을 맡고 있으며, 매년 30여 명의 사제를 배출한다. 1972년부터 여성 수도자와 남녀 신자들에게도 문을 열어 평신도 지도자도 양성하고 있으며, 1990년대 말부터는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아시아 교회에서 유학을 온 신학생을 교육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 앞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집전으로 기념 미사가 열렸다. 정진석 추기경,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 등이 참석해 개교 160주년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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