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받게 한다 vs 자녀 스스로 결정

성, 사랑, 생명, 가정에 있어 교회의 가르침과 신자들의 삶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난해 주교회의 산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의견은 19.6퍼센트에 지나지 않으며, 신자들은 인공피임을 하지 말라는 교회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44.9퍼센트)

특히 유아세례에 대해 ‘꼭 받아야 한다’는 의견은 48.6퍼센트, ‘자녀가 커서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는 의견은 46.7퍼센트로 비슷한 비율이다. 그리고 유아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은 10년 전인 2003년(59.3퍼센트)에 비해 10.7퍼센트나 줄었다.

교회의 역사 속에서 유아세례에 대한 문제제기는 수없이 있었으나 교회는 “누구든지 물과 영으로 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5)는 성경 내용을 바탕으로 유아세례가 오래전부터 이어 왔다고 여기고 따른다.

▲ 유아세례식 장면.ⓒ지금여기 자료사진

실생활에서 신자들은 유아세례나 자녀의 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신앙을 자녀 스스로 결정하게 하겠다는 입장에 대한 신학자의 생각은? 개신교에서는 유아세례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유아세례에 대한 신자와 신학자의 의견을 물었고,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며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 ‘모태신앙이 자녀의 인생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신앙을 보살피고 성장시킬 책임이 있다’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허 아무개 씨는 “(유아세례를) 은총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아이의 뜻을 묻지 않고 부모가 결정하는 것이 옳을까하는 고민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자신은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5살 난 딸아이는 유아세례를 받게 하지 않았다.

그는 “유아사망률이 높았던 시대에는 죽어서도 천국에 갈 수 있게 유아세례를 받게 한 것이 이해되지만, 지금 시대와는 안 맞지 않을까”라고 했다. 또한 그는 아이를 일방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그는 성 정체성처럼 자신이 타고난 모습대로 살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듯이 종교에 대해서도 부모의 판단과 기대가 아닌 본인이 믿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녀의 의사를 존중해 신앙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의견에 대해 최창덕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부설 평신도 신학원 원장)는 “아이가 법적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모든 것을 부모가 책임지는데 신앙만큼은 커서 결정하게 하는 것은 젊은 세대의 항변”이라고 했다.

최 신부는 유아세례는 부모 또는 대부모의 신앙을 담보로 하며, 육체적으로 아이를 잘 돌볼 책임이 있듯이 부모와 대부모는 영적인 세계에 대해서도 책임을 줘야 한다고 했다. 세례를 통해 뿌려진 신앙의 싹을 뿌리내리고, 열매를 맺도록 하는 것이 부모와 대부, 대모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는 세례를 받았다고 신자가 되는 게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아갈 때 진정한 신자가 되듯이, 부모가 기도하는 법, 선과 악의 구분 등을 신앙을 바탕으로 가르치면서 신앙을 보살피고, 성장시켜 아이는 “그리스도인이 되어 간다”고 강조했다.

의정부교구의 정은정 씨는 부모가 신앙교육의 첫 번째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부모 교리 교육에서 배운 ‘성가정’의 모습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

정 씨는 성가정의 개념을 잘 모르겠지만, 모든 식구가 세례를 받고, 아침저녁으로 기도를 하고 교회 계명에 따라 사는 것이 교회가 말하는 성가정이라면, 자신은 신앙의 해석에 따라 어떤 가정도 충분히 성가정이 될 수 있으며 가족과 세월호집회에 가는 것도 신앙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신앙교리나 사회문제에 대해 아이에게 설명할 때, 이건 엄마의 입장이고 정답은 아니며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알려준다. 그는 “다종교 사회니, 헌법에 보장된 자유는 줘야 한다”고 농담처럼 부부끼리 나눴다며, 충분히 정보는 설명하지만 결정은 아이가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의사표현이 될 때를 기다려 성당에 다니고 싶은지 물었다. 지금 중학생인 첫째는 초등 4학년 때 첫영성체를 받았고, 초등 3학년인 둘째는 첫영성체를 받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 일 년 동안 첫영성체 반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쉽지 않아 이에 대해서도 아이의 결심이 서야 한다고 여겼다.

반면에 일산에 사는 오 아무개 씨는 주변에 유아세례를 적극 권한다. 모태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인생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힘든 일을 받아들일 때도 평화로운 태도를 보이는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는 어른이 된 뒤 신앙을 가져 의심이 많고, 절대적 믿음이 적고, 체험에 한계가 있는 자신과 달리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당연히 묵주를 잡는 것을 보면서 유아세례를 받은 이들은 신앙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느꼈다.

오 씨는 또한 “신앙은 교육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가이드가 있어야 하며, 학교에 보내는 것이 의무인 것처럼 부모가 먼저 신앙이 있어야 하고, 그 신앙을 아이에게 주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자신도 유아세례를 받았고, 아이에게도 유아세례를 받게 한 주 아무개 씨는 “20살, 15살에 자신의 종교에 확신이 들 수 있나?”라고 물으며, 청소년기에 드는 종교에 대한 확신을 신뢰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확신이 없어서 자신의 신앙을 아이에게 얘기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유아세례를 받은 인천교구의 엄선엽 씨에게 자녀에게 유아세레를 받게 하겠냐고 묻자, 자신은 운이 좋게 성인이 돼서도 천주교의 가치나 신념을 좋아해서 다행이었지만, 종교 자체에 부정적인 사람에게는 유아세례가 좋은 경험은 아닐 수도 있다며, 자녀에게는 소개만 해 주겠다고 답했다.

한편, 개신교는 대부분의 교회와 교파에서 가톨릭과 마찬가지로 영아세례(유아세례)를 주고 있다. 그러나 감리교신학대학교 심광섭 교수에 따르면 재세례파, 침례교 등에서는 영아세례를 주지 않는다.

“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재세례파는 유아는 선과 악에 대한 자각이 생기기 전이라 죄로 인한 형벌을 받지 않으며, 자유의지로 회개한 뒤에 세례를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유아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재세례를 통해 신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또한 침례교도 세례를 공적인 신앙고백으로 여겨 그 의미를 이해하는 자만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

심 교수는 교파나 교회마다 다르지만, 영아세례를 하기 전에 부모 교육을 하기도 하며, “선택 전에 하느님의 은총이 앞선다는 하느님은혜의 선행성을 공통으로 주장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가톨릭에 견진성사가 있는 것처럼, 아이가 만 18살이 되면 입교식을 하고, 이때 믿음에 대해 다시 묻는 절차가 있다고 했다.

한편,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매년 발표하면 통계에 따르면 2010년 0-4살의 영세자 수는 1만 8227명이고, 2014년은 1만 8422명이다.

주교회의는 2009년까지는 1살 미만, 1-6살로 구분해 영세자 수를 발표했었다. 2008년에 1살 미만의 유아 영세자는 5759명, 2009년에는 2191명으로 62퍼센트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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