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마틴 대주교의 사목서한

아일랜드 더블린 대교구의 다이어무이드 마틴 대주교는 오는 5월 22일에 있을 동성 혼인 합법화에 대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신자들에게 보내는 사목성찰문(사목서한)을 발표했다. 이 문서는 교구 내 모든 본당에서 지난 주말 미사 중에 쓰였다.

▲ 유럽의 국가수반으로서는 처음 5월 15일 동성혼인한 룩셈부르크의 그자비에 베텔 총리 (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아일랜드는 2011년에 이미 동성 결합을 인정했다. 동성 결합(union)은 혼인(marriage)과 법적으로 똑같은 지위에는 미치지 못하나 이에 준하는 상당한 법적 보호와 권리를 누리는 시민결합, 즉 “준 결혼” 상태를 이른다. 이번 안이 통과되면 과거에 독실한 가톨릭국가로 알려졌던 아일랜드는 동성 결합을 넘어 동성 "혼인"을 인정하는 18번째 나라가 된다.

다음은 사목성찰문 전문이다.

저는 국민투표가 다가오는 가운데 혼인과 가정이라는 주제에 관해 쓰고자 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성찰을 돕기 위해 각 본당에 몇 가지 자료들을 비치해 두도록 했습니다.

혼인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서로 보조적인 은사와 힘을 한 아이의 삶에 넣어 주는 가정이라는 것과 연계돼 있습니다. 혼인은 그저 결혼식에 관한 것도 아니며,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두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께 왜 인간은 남성과 여성으로 존재하는지 성찰해 보도록 청합니다. 그것은 우연도 아니고 사회적 개념만도 아닙니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우리 인류의 본질 그 자체에 뿌리를 둔 고유한 (상호)보완성이 있습니다. 저는 이 보완성이 혼인의 근본 정의에 속한다고 믿습니다. 유럽과 세계의 국가 절대다수가 이 관점에서 혼인을 해석합니다.

저는 여러분께 혼인에 관한 이번 개헌안이 우리가 이해하는 부모됨에 대해 그리고 가정에 대해 어떤 깊은 함의를 지니고 있는지 아주 주의 깊게 살펴보기를 청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 헌법 수정이 동성혼인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영향이 없으며, 교회 안에서 행해지는 혼인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어떤 정치인도 그렇다고 약속할 수 없습니다. 개정된 헌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전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동성혼인에 관해 토론이 벌어질 때,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은 타인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늘 말해왔지만 동성혼인은 반대한다고 아주 분명히 밝혔습니다. 저는 과거에 아일랜드 교회가 게이와 레즈비언을 심하게 대했고 – 지금도 여전히 일부 그런 사례가 있고 – 그런 경험 때문에 지금의 교회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헌법 수정은 혼인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정해주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종교적 관점에 대한 논쟁만이 아닙니다. 이것은 사회 안의 결속을 지탱하는 철학의 근본 변화이며 그리하여 모든 시민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시민으로서 지닌 투표할 책임이 있음을 여러분 각자에게 상기하고자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투표에 앞서 혼인은 진정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기억하고, 혼인의 정의를 바꾸기 전에 주의 깊게 성찰하고 제대로 정보를 얻도록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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