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동성당에서 5.18광주민중항쟁 35주년 미사 봉헌

“잠자는 사람아 깨어나라”(에페 5,14)

광주대교구가 5.18민중항쟁 35주년을 기념하고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기억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5월 18일 오후 7시 30분 광주 남동 5.18기념성당에서 봉헌된 미사에는 광주대교구를 비롯한 전국 각 교구 사제 100여 명과 신자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 5월 18일, 광주 남동성당에서 5.18광주민중항쟁 35주년 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이날 미사의 입당성가로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다. 김희중 대주교는 미사에 앞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기념식 공식 식순에서 제외하고 제창하지 못하도록 한 국가보훈처의 결정에 대해 질타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이 상황에 대해 “어느 나라가 국회의원들의 결정을 보훈처장이 거부할 수 있는지, 보훈처장이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보다 우위에 있다는 정부를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주교는 내년에는 모든 사람들이 이 노래를 제창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힘을 모으자면서, “5월 제단에 바쳐진 모든 이들, 부상자들과 그 가족 그리고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기억하며, 어줍잖게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도록 성령의 역사하심을 청하자”고 당부했다.

“1980년 5월 광주 시민은 대동단결의 아름다운 공동체를 체험하였으며 이 대동단결은 중요한 광주정신으로 평가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혹여 개인은 개인대로, 단체는 단체로, 이해관계에 따라 사분오열 되어 대동단결이라는 표현이 부끄럽게 되지 않았나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김희중 대주교는 이어진 강론에서 5.18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을 통해 인권, 민주주의,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까지 이룰 수 있도록, 책임감 있는 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주교는 5월 광주의 정신이 흐려지고 왜곡된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지금부터라도 5월의 아픔을 과거의 비극으로만 간직할 것이 아니라, 미래 희망을 위한 징검다리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특히 신앙인들에게 “5.18정신을 복음의 정신과 교회의 가르침 안에서 승화시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비상식적 폭력은 삼가도록 절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는 당신이 메시아라는 표징으로서 기적과 함께 가난한 이들에 대한 복음 선포를 제시하셨습니다. 여기서 가난한 사람들은 단순히 물질적으로 가난한 것 뿐만 아니라 어떠한 형태로든지 불의와 부정으로 인해 부당하게 억압받고 소외된 사람들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희중 대주교는 교회의 예언자적 소명을 강조하면서, “예언자란 과거, 현재, 미래에 일어날 하느님의 뜻을 전달해주는 소명을 받은 사람이며, 우리 모두가 예언자가 되어 이웃들의 인권, 정의, 평화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특히 광주 정신과 민족의 화해, 평화통일의 연관성을 언급하며, 남북 분단과 갈등이 빚어내는 왜곡된 현실 속에서 얼마나 예언자적 소명에 충실했는지 물었다.

이어, 김희중 대주교는 분단 70년을 맞은 올해를 교회가 평화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며, 한반도 분단 극복을 위해 남북간의 형제적 사랑을 회복해달라고 당부하는 한편, 정부와 북한 당국에도 “인도주의적 차원의 협력은 정치적 이념이나 이익에 우선해야 한다”며,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활발한 교류와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 이날 입당과 퇴장 성가는 '님을 위한 행진곡'과 '오월의 노래'가 제창됐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에는 5.18유족회 초대 회장인 전계량 씨(안셀모)와 부인 김순희 씨(도로테아)가 참석했다.

전계량 씨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인터뷰에서 5.18광주민중항쟁과 세월호는 같은 사건이며, 교회 역시 5월 광주와 마찬가지로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전 씨는 세월호와 5.18은 다른 사건으로 시작됐지만, 정부가 진상규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점에서는 똑같다면서, “가해자가 가해자를 조사하고, 피의자가 피의자를 수사하는 시행령으로 무엇을 하려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1980년 5월 직후부터 가톨릭 교회, 특히 광주대교구의 역할은 대단했다면서, “1981년부터 매주 월요일 남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렸고,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앞장서서 진상규명을 위한 시위와 단식투쟁에 나섰다”며, “세월호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끝까지 관심을 놓지 않고 같은 심정으로 함께 한다면 세월호 가족들이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계량 씨는 5.18 유가족들이 세월호 가족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서, “분열되지 않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가 배울 점이며, 진상규명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은 그들의 지향이 올바르기 때문”이라면서, “광주와 세월호 가족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은 국가의 분열이 아니라 제대로 된 국가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도 반드시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 뒤에는 광주 남동성당 일대를 행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사제단과 수도자, 신자들은 “침묵은 가장 위험한 거짓말입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촛불 행진에 나섰으며,  5.18민주광장까지 행진한 뒤 5.18 당시 나눔의 상징이었던 주먹밥을 함께 먹으며 행진을 마무리했다.

▲ 1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미사 봉헌 뒤, 5.18민주광장까지 촛불행진을 했다. ⓒ정현진 기자

▲ 남동성당 마당에 전시된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사진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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