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간호사의 날, 보건의료노조 힘든 노동환경 발표

5월 12일, 나이팅게일이 태어난 날이자 국제간호사의 날이다. 이날 전국 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백의 천사가 아닌 백의 전사가 되길 강요받고 있는 열악한 간호사 근무환경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가 간호사 1만 14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5퍼센트가 직장을 옮길 뜻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들의 근속기간은 7.5년이었고, 하루평균 낮 근무시간은 9.8시간, 밤 근무시간은 12.8시간, 1주 평균노동시간은 49.1시간이었다. 법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이다.

1일 식사시간은 21.5분, 밥을 못 먹는 횟수는 주 2.3회였다. 또한 환자에게 63.1퍼센트, 보호자에게 55.1퍼센트, 의사에게 34.2퍼센트가 폭언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간호사도 41.1퍼센트에 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조사가 규모가 크고 노동조합이 있는 병원을 대상으로 했지만, 규모가 작은 병원의 근무환경은 훨씬 심각하다고 밝혔다.

▲ 보건의료노조는 법률학교에서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공동행동을 펼쳤다.(사진 제공 = 보건의료노조)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16.9퍼센트이고, 2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 이직률은 24.6퍼센트다. 의료기관은 간호사가 부족해 힘들어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 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월 현재 간호사면허를 가진 간호사는 29만 4599명인데 그중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12만 936명으로 면허를 가진 사람 중 41.05퍼센트뿐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업무량 증가, 3교대 근무, 극심한 감정노동과 직무스트레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는 조건 때문에 의료기관이 간호사들이 일하면서 미래를 꿈꾸는 곳이 아닌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또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인력부족과 간호사 수급난의 최대 피해자는 환자라며,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필수 진료과를 폐쇄하는 상황과 무자격자를 간호사로 고용하는 불법이 벌어”지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보건복지부에 간호 인력이 부족한 실태를 조사하고 부서별로 간호 인력기준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간호등급제(간호관리료 차등제)의 기준 등급을 6등급에서 3등급으로 높이고, 기준에 못 미치는 병원에 제재조치와 함께 간호사를 충원하는 데 따르는 인센티브제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간호등급제는 병상 수 대비 간호사의 수에 따라 1-7등급으로 나눠 입원료에 가산점을 주는 제도다. 6등급이 기준이고, 7등급이면 입원료의 5퍼센트를 삭감한다.

한편, 이날 국제간호사연대(GNU) 소속의 미국, 캐나다, 호주 등 11개 나라의 간호사와 보건의료노동자들이 환자안전과 공공의료 강화를 내걸고 공동행동을 한다. 미국간호사연대는 워싱턴, 시카고, 미네소타 등에서 환자안전법 제정, 환자 대 간호사 인력법 확대, 여성에게 평등한 임금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다. 캐나다 간호사노조도 “Vote Care, Not Cuts”를 내걸고 캠페인을 한다. 한국 보건의료노도는 진주의료원 재개원, 간호사 대 환자 비율 개선 등을 주장하며 공동행동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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