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티에레스 신부, 국제 카리타스 총회 연설

해방신학의 “대부”로 알려진 구스타보 구티에레스 신부가 바티칸에서 열리는 한 회의에 기조연설을 하게 돼 “해방신학의 복권”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 구스타보 구티에레스.(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구티에레스 신부(86)는 이번 주에 바티칸에서 열리는 국제 카리타스 총회에 참석한다. 페루 출신인 그가 쓴 “해방신학”(1971)은 남미 해방신학의 대표적 저술이다. 국제 카리타스는 각국 주교회의 산하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조직인 카리타스(Caritas)들로 구성됐으며, 현 회장은 남미의 오스카르 로드리게스 마라디아가 추기경이다.

1960년대부터 발흥한 해방신학은 교회가 단지 가난한 이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이들을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가난을 뿌리 뽑기 위해 정치적, 구조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황청은 해방신학이 마르크스주의와 혼합된 측면이 있다고 경계하여 1980년대 중반 두 차례 훈령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으로 지금의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다. 또한 여러 해방신학자가 제재를 당했으나 막상 구티에레스 신부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현 교황 프란치스코는 그의 전기 작가들에 따르면 해방신학에 비판적이었으며, 해방신학은 (중산층 좌파운동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3년에 교황이 된 뒤, 그는 “가난한 이를 위한” 교회를 주장하고 자본주의와 소비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해방신학을 복권하기에 이르렀다. 1980년에 암살당한 엘살바도르의 오스카르 로메로 대주교를 시성하기로 한 것도 해방신학이 복권된 한 사례로 해석된다.

현재 구티에레스가 교수를 맡고 있는 노트르담 대학 신학과장인 매슈 애슐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방신학의 아르헨티나판 변형인 대중신학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애슐리는 구티에레스와 교황청 사이의 “화해”는 전에 구티에레스가 독일의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과 한 책을 공저로 출판했을 때부터 시작됐지만 지금처럼 뚜렷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뮐러 추기경은 현재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이며, 유력한 장래의 교황 후보이기도 하다.

교황청은 아직 해방신학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뮐러 추기경은  2013년에 “해방신학 문제에 관해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 사이에 아무런 단절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2012년에 베네딕토 교황에 의해 신앙교리성 장관에 임명됐다. 하지만 그는 베네딕토 16세가 2009년에 해방신학이 “반란, 분열, 반대, 상처, 그리고 무정부상태”를 낳았다고 했던 데 대한 의견을 묻자, “베네딕토 16세가 언급한 해방신학의 부정적 측면들은 이 신학을 오해하고 잘못 적용해 나타난 결과들”이라고 답변했다.

한국인으로 브라질의 뛰어난 해방신학자인 성정모는 가톨릭교회가 해방신학에 대해 새로운 입장을 취한 것은, 교회는 하느님을 선포할 때 단지 불신자들의 세상을 향해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라는 우상이 장악한 세상을 향해” 복음을 선포할 사명이 있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해하고 있는 까닭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런 눈으로 보자면, 해방신학은 부분적으로는 이제 교회의 교리 차원으로 승격됐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번 국제 카리타스 총회에서는 필리핀의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도 기조연설자의 한 명으로 초청받았다. 그는 이번 총회에서 차기 카리타스 회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경제 고문인 미국의 제프리 삭스 교수도 기조연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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