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해결에 앞장서야"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우리가 아니라면 누가 기후변화 문제에 나서겠습니까”

기후변화 대응 아시아시민사회 컨퍼런스(ACCE)가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복원력’을 주제로 4월29일부터 30일까지 한국에서 열렸다.

아시아 시민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위한 다양한 모색과 플랫폼 구축, 역량 강화 등을 목적으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등 4대 종단 환경운동단체를 비롯한 국내 12개 환경단체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25개국 종교, 환경, 지역사회개발 시민사회단체 지도자 200여 명이 참여해 기후변화로 인한 각국 피해사례를 공유하고 대응 방법을 모색했다.

▲ 참가자들이 각 주제별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정현진 기자

대회는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과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렸다. 첫날은 예브 마디아 사노 필리핀정부 기후변화 담당관의 기조연설로 시작됐으며, 아시아 각국의 기후변화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관련 주제를 논의했다.

사노 필리핀 기후변화담당관은 기후변화는 인간의 탐욕과 오만이 만들어 낸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현재 진행형이라면서, 자연재해와 상태계 파괴는 물론,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기후변화 해결방안은 “도덕과 배려, 긍정”이라면서, “환경의 위협은 사람들의 생각과 인식을 바꾸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날 대회는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각국의 긍정적 대응 사례를 나누고 관련 주제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긍정적 대응 사례로는 인도의 태양광과 요가 유기농, 미얀마의 바이오가스 전기발전, 일본의 생태 사원 등이 소개됐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오기출 사무총장(푸른아시아)은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로 110개국 21억 명이 피해를 입고 있으며, 28억 명이 기후변화로 환경난민이 될 위험지역에 살고 있다면서, “환경난민은 삶의 터전이 파괴되면 돌아갈 곳이 없으며, 기후변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빈곤문제해결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문제가 크다면, 해결책도 커야 사람들이 믿을 수 있고, 시민들이 움직일 수 있다”면서, “그동안 외롭게 활동해 온 환경운동가들과 피해주민들, 종교계 지도자들이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희망의 시작일 것”이라고 했다.

오 사무총장은 2020년부터 시행되는 신기후체제의 핵심은 기후변화 피해지역이 기후변화에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면서, “이같은 신기후체제에 시민사회와 종교계, 원주민들이 개입하고 주도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지역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피해지역에서 토지를 수탈할 것”이라며 행동을 촉구했다.

▲ 참가자들이 마지막 정리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정현진 기자

“기후변화 문제 해결은,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책무”

그룹별 워크숍이 끝난 뒤 각국 참가자들의 마지막 발표가 이어졌다.

이들은 특히 종교인들의 역할을 촉구하면서, “전세계 80퍼센트 인구가 갖고 있는 종교는 우리가 언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도덕적 지표를 알려 준다”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종교와 과학 그리고 종교와 시민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의 윤리에 도전을 던지며, 우리가 얼마나 상호 연관된 존재인지 증명해 준다”면서, “우리 각자가 갖고 있는 인식과 에너지로 기후변화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갖는 책무”라고 말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한 참가자는 “한국의 핵발전소, 네팔의 지진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삶 안에서 재난은 누구에게나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기후변화는 우리가 가진 큰 문제이자 도전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직 많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들이 아니라 해결하는 이들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나가야 한다”고 요청했다.

석일웅 수사,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것”

석일웅 수사(작은형제회 종교간대화위원장)는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기후변화 관련 논의가 전혀 없었는데, 이번 대회로 논의의 근거가 생겨 반갑다”고 평가했다.

석 수사는 특히 참가자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종교의 역할에 희망을 갖고 있다면서, “기후변화의 근본에는 탐욕과 잘못된 시스템이 있는 만큼,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대항마가 종교의 가르침이나 심성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진정성을 갖고 문제를 공감하는 것에서 출발해한다고 조언하는 한편, “한국 가톨릭교회도 기후변화 문제를 고민하고 신자들이 제대로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에 참여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그것이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참여하는 일일 것”이라고 요청했다.

이번 대회는 2012년 스리랑카에서 열린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종교간 대화’에서 구축된 ‘종교간 기후와 생태네트워크(ICE)'와 2014년 출범한 ’기후변화 대응 아시아시민사회 컨퍼런스 한국조직위원회’ 그리고 국제 참여불교네트워크가 주관했다.

▲ 발표를 경청하고 있는 각국 참가자들.ⓒ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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