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신부 인터뷰

4월 26일은 ‘이민의 날’이다. 한국 교회는 2005년부터 노동자 성 요셉 축일인 5월 1일이나 그 전 주일을 ‘이민의 날’로 지낸다.

‘이주’는 이미 전 세계적 현상이다. 노동, 학업, 결혼을 이유로 자국을 떠나 사는 이민자는 전 세계 약 3억 명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은 2015년 1월 현재 177만여 명이며, 전년 동월 대비 13.2퍼센트가 증가했다. 남한 전체 인구의 약 3.4퍼센트이며, 이 가운데 이주 노동자는 약 56만 명, 결혼 이주민은 약 15만 명이다.

전체 인구의 약 3.4퍼센트를 차지하며 계속 늘고 있는 이주민은 이미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다. 그러나 이주민들은 여전히 이웃이나 친구가 아닌 배제와 소외의 대상이며, 인권을 비롯한 삶을 위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장 이상민 신부. 그는 "예수도 이주민이었다"고 강조했다.ⓒ정현진 기자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전국협의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상민 신부(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장)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이민 현상에 대한 한국 교회의 몫은 신자들을 비롯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이민 현상을 받아들이고, 시혜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임을 깨닫도록 인식 개선에 나서는 일이라고 말했다.

“초기 교회의 특징인 이방인 환대는 하느님 교회의 영원한 모습이다.... 이방인을 따뜻이 맞아들이는 것은 교회의 본질 자체이며, 복음에 대한 충실성을 증언하는 것이다.”(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훈령 ‘이민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

“예수님도 이주민이셨습니다”. 이상민 신부는 특별히 교회가 ‘이주민’을 지지하고 환대해야 할 이유를 신앙의 역사 안에서 찾았다.

에덴 동산에서 쫒겨난 아담과 하와로부터, 아브라함, 출애굽 사건, 이스라엘의 바빌론 유배 등 구약의 역사는 물론, 태어나자마자 이집트로 피난을 가야 했던 예수와 요셉, 마리아는 그야말로 난민이었다. 요셉은 이주노동자였으며, 예수의 공생활은 떠돌이 생활이었다.

이상민 신부는 “그리스도교의 원초적 뿌리는 이주민의 역사에서 시작됐으며, 이미 이주사목에 대한 신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면서, “지금 지상에서의 삶이 본향인 천국에 들기까지의 여정이라면, 이 역시 떠도는 삶, 이주의 삶인 셈이다. 같은 처지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주사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주 현상’이 이미 거부할 수 없는 일이며, “왜 이민이 늘어나는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이 일을 어떻게 잘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라면서, “고향을 떠나 살아야 하는 이주민들의 고통, 숙명은 우리의 십자가”라고 말했다.

“이주사목의 궁극적 목적은 이주민들이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사는 이웃이 되는 것이고, 역설적으로 이주사목 센터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상민 신부는 현재 이주민들에 대한 사목은 “도움을 준다”는 시혜, 복지의 개념이라면서, 기본적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는 문화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회를 비롯한 관련 시민사회 단체가 운영하는 ‘이주민 센터’가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몫이 있지만, 그 모든 일들은 결국 지역사회 공동체, 그리고 생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상민 신부가 일하고 있는 파주엑소더스는 지난해 말 새로운 이주민센터 '아시아의 등대'를 마련했다. 이주민들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이주민과 한국인들이 다양한 고유 문화를 서로 나누는 공간이다.  

이 신부는 “시혜자와 수혜자의 관계로는 평화로울 수 없다”면서, ”각 지역 사회에서 이주민을 친구, 이웃으로 받아들인다면 현재의 이주민 문제 중 대부분이 해결된다. 그러나 그런 문화적 기반이 아직은 없다. 이주민 센터만으로 지속된다면, 결국 또 하나의 ‘게토’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각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대체로 현재 이주사목은 ‘다문화가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4년 통계에 잡힌 다문화가정 자녀는 약 20만 명. 이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은 많지만 자녀들이 있는 경우 특별히 ‘자녀 교육’ 문제를 겪는다. 결혼 이민을 온 여성들의 경우, 대부분의 상담 내용이 자녀 교육의 어려움이다. 

이상민 신부는 이주민들이 겪는 기본적인 어려움으로 ‘언어 문제’를 꼽았다.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으면 기본적 생활이 어렵고 위축되기 마련이다. 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불필요한 갈등도 겪게 된다.

사목자 입장에서도 언어의 문제가 있다. 일반 상담도 문제지만, 가톨릭 신자의 경우 신앙 상담이 필요한데, 10여 개 국 이민자들의 언어 지원을 충분히 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미사 외에 신앙을 돌보기 위한 상담이 충분히 이뤄질 수 없다. 수도회 선교 사제나 수도자,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이 신부는 또, 이주사목을 위한 실무자 양성에도 아쉬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른 사목과 마찬가지로 사제나 수도자의 성향이나 능력에 따라 사목 내용이 영향받지 않으려면 전문성과 경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10년 이상 근속자를 찾기 어려운데, 현실적으로 경제적 처우 문제가 가장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주사목의 절실함을 공감하는 이들이 교회 안에 많아져야 합니다”

이상민 신부는 그동안 교회안에 이주사목에 대한 절박함이 덜했다고 말했다. 사목자들이 이주민이 아니므로 당사자들의 절박함을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신부는, 이주민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부터 시작하고 있다면서, “우선 이주민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식 개선, 교육에 나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편을 늘려야 한다”면서, 교회의 이주사목이든, 이주민 정책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든 이주민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지원 필요성을 절감하는 이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가 이주민에 대해 가르치는 문헌과 성경의 내용 등 신앙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최소한 신자라면 이주민들을 위한 정책 등에 온전히 동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 사회는 즐겁고 맛있는 것이죠”

이상민 신부는 이주민들이 한국인들의 자리를 뺏는다거나 위협이 된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안타깝다면서, “다문화 사회는 오히려 훨씬 풍요롭고 건강한 사회”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사회의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경제이기 때문에 이주민을 소외시키고 있지만, 경제가 아닌 문화, 삶 전체의 측면으로 본다면 긍정 요소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사목을 위한 방향에 대해, “이주민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한국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기회, 공간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문화적으로 만나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교회 안에서도 더 많은 이들이 이주사목을 경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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