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게 살겠습니다’ 운동 시작한 권길중 회장

“머리로 많이 아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주신 복음의 한 말씀이라도 실행하면서 살자는 것입니다.”

권길중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 단체협의회(한국평협) 회장은 최근 시작된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에 대해 소개하며, 이에 참여하는 천주교 신자들이 복음에 따라 자신의 일상생활을 조금씩 바꾸는 실천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권 회장은 4월 23일 7대종단 신자들이 함께 만든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 중앙본부 대표회장을 맡게 됐다.

그래도 종교가 희망.. “자기 정화”부터 시작해야

▲ 권길중 한국평협 회장 ⓒ강한 기자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종교가 권력과 돈을 쫓는 사회에 물들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권 회장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러 종교의 신도들이 자기 자리에서부터 병든 사회를 치유하기 위한 실천을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종교도 “오염”돼 있기 때문에, 각 종교의 경전과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며 “자기 정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권 회장은 말했다.

그는 한국인 중 종교를 갖고 있다고 밝힌 사람이 50퍼센트가 넘는다는 통계청 자료를 소개하면서, ‘응집력’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종교에 ‘사회를 구할 힘’이 있다고 했다.

“저는 성령은 ‘분위기’라고도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기적 가치관, 금전을 추구하는 가치관 속에 있는데, 종교인들이 정말 이타적 가치관을 갖고 이웃을 사랑하기 시작한다면, 그 이웃이 하나가 되고 둘이 되고 셋이 된다면, 결국 사회 분위기가 지금처럼 서로 손가락질하고 적대하는 일은 없게 될 것입니다.”

서울평협 회장을 겸하고 있는 권길중 회장은 서울대교구에서는 평협에 소속된 67개 단체들을 중심으로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에 참여하도록 노력하고, 본당을 찾아가는 교육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회장은 “서울대교구 외 다른 교구에서도 거의 같은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 사랑 DNA 받은 천주교 신자,
사제 비판보다는 적극적 태도로 교회 참여하길

이처럼 한국평협을 중심으로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이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천주교 평신도에게 교회와 세상의 흐름을 바꿀 만한 힘이 있는지 묻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평신도가 성직자 권위에 눌려 보조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한국평협 회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에 권길중 회장은 사제의 권위주의나 불통을 비판하기보다는, 평신도가 먼저 적극적, 건설적으로 교회에 참여하기를 바랐다.

“교회는 신부님이나 평신도만으로는 안 되는 ‘모자이크 작품’입니다. 모자이크의 어떤 부분이 크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왜 여기가 이렇게 크냐’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이죠. 신부님들이 먼저 소통해 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우리가 먼저 신부님을 찾아가서 ‘이런 것은 저희가 할 수 있는데 좀 시켜 주시겠습니까’ 하고 나서는 건설적인 태도를 보여 준다면, 우리 신앙에도 도움이 되고 신부님들의 사목에도 상당히 힘이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권 회장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천주교 신자들은 이웃을 사랑하고 고마워하는 ‘DNA’를 받았다고 말했다.

“결점이 없는 신부님이 있다면 살아 있는 성인이겠죠. 결점은 다 있어요. 그 결점을 크게 보고 ‘저러니까 나는 본당 활동을 안 하겠다’거나 ‘저 신부님이 떠날 때까지 꼼짝을 안 하겠다’는 태도는 그 신부님에게 해로운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영혼에 엄청난 해를 가져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들을 아프게 하는 사제의 언행에 대해서는 “삼가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직언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권 회장은 말했다.

정의평화위원회나 세월호참사 관련 교회의 행동과 발언에 대해 평신도들이 둘로 갈라져 상반된 반응을 내놓는 데 대한 질문 때문인지, 권길중 회장은 교회의 ‘일치’와 ‘주교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다.

“그리스도인은 진보도 없고 보수도 없어요. 무슨 파가 있다면 ‘예수파’ 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은 진보와 보수를 다 열두 제자 속에 포함시켜서 하나 되게 만드신 분입니다. 세상의 정치 때문에 우리 교회가 분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정말로 하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지난 2월 25일 열린 범종교인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 선포식에서 권길중 한국평협 회장(맨 왼쪽)이 불교, 유교, 천도교 등 평신도 대표들과 함께 행동강령을 발표하고 있다.ⓒ강한 기자

“한국평협 회장으로서 세월호 관련 드릴 말씀이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교회에 ‘평형수’ 역할 원해”

한편 세월호참사를 둘러싸고 신자들의 여론이 갈라지는 것에 대해 권길중 회장은 한국평협 회장으로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했다. 그는 회장으로서 발언이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을 우려했다.

다만 그는 한 사람의 국민이자 전직 교육자로서, 국론 분열을 막는 ‘평형수’ 역할을 교회가 해 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정의를 너무 내세우다 보면 평화를 깨뜨릴 염려가 있다”면서, 세월호참사 뒤 우리 사회 전체가 새로워지는 게 아니라 ‘너는 왜 그러느냐’고 비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닌가 물었다.

“반대하는 쪽의(유가족 등의 활동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정말 슬퍼하다가 이제 그 슬픔마저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사람이 돼 버렸고, 슬픔을 함께한다는 사람들도 그것이 정말 그 사람들의 슬픔을 나누고 도와주는 자세인가 하는 것도 한번쯤 멈춰서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세월호참사와 나는 관계가 없다고 발을 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각자 ‘내가 새로워져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계속 갈등이 이어지면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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