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영 신부] 4월 26일(부활 제4주일) 요한 10,11-18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여러 비유를 통해 표현합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으로.... 세상을 비추는 빛으로.... 생명을 주시는 빵으로.... 또한 예수님은 당신 자신과 당신을 따르는 이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포도나무와 그 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로, 그리고 오늘 복음에 나오는 것처럼 목자와 양으로.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를 보여 주는 표현 중에 목자와 양은 저에게 가장 정감 있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어떤 분들은, 예수님이 벼랑에 걸려 있는 양 한 마리를 잡으려고 손을 뻗치는 성화를 보신 적이 있거나, 양 한 마리를 당신의 어깨에 들쳐 메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림을 보신 적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양은 본성상 여린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 혼자 있게 되면 극도로 불안을 느낀다고 합니다. 목자는 그런 양의 본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두운 광야에서 헤매고 있을 양에 대해 연민이 있습니다. 혹 광야에서 사나운 늑대나 짐승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릅니다.

아흔아홉 마리를 남겨 놓고, 길을 잃고 헤매는 양 한 마리, 무리로부터 떨어져서 캄캄한 들판에서 불안에 싸여 있거나, 혹은 위험한 곳에서 죽을지도 모르는 그 양 한 마리에 목자의 마음은 온통 가 있고, 그 한 마리를 찾아나서는 목자.(마태 18,12-14 참조)

 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그이가 당신이에요

 - 김용택

나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도 나의 사람으로 남아 있는 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이 당신입니다

나의 가장 부끄럽고도 죄스러운 모습을 통째로 알고 계시는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분일 터이지요
그분이 당신입니다

나의 아흔아홉 잘못을 전부 알고도 한 점 나의 가능성을
그 잘못 위에 놓으시는 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이일 테지요
그이가 당신입니다

나는 그런 당신의 사랑이고 싶어요
당신의 한 점 가능성이 모든 걸 능가하리라는 것을
나는 세상 끝까지 믿을래요
나는
나는 당신의 하늘에 첫눈 같은 사랑입니다.

아흔아홉 마리 양을 광야에 놓아둔 채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아나서는 연민의 목자이신 예수님, 아흔아홉 잘못에 한 점 가능성을 놓는 관대한 목자이신 예수님. 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100가지라고 했을 때, 잃어버린 한 가지는 1) 내 안의 죄스러움이거나 2) 나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아픔이거나 3) 빛이신 하느님께로 향하지 않는 우리의 어두움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눈은 바로 거기에 향해 있고, 바로 거기에 당신 마음이 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한 점의 가능성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없어지지 않는 가능성이고, 이 한 점의 가능성 때문에 다른 아흔아홉의 잘못이 변화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우리의 죄스러움의 자리, 부끄러움의 자리, 약함의 자리는 하느님의 자비가 내리는 곳입니다. 양들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목숨마저 내어 놓은 희생의 목자이신 예수님. 우리는 예수님을, 하느님을 포기할 수 있어도 하느님은 당신의 모습을 닮고, 당신의 생명을 나누어 준 이 보잘 것 없는 인간을 포기할 수 없는가 봅니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요한 10,14) 예수님은 나의 약함과 강함, 나의 한계와 가능성, 나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그분은 나를 살피시고 내게 필요한 것들을 건네시고 나를 보살피신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분을 어떻게 알까?

저는 기도와 성찰을 통해 그분을 알아 갑니다. 기도는 “마음에 대고 이야기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사람도 서로의 마음이 만나야,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그 관계가 깊어지고, 서로에게 신뢰를 갖게 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알게 되면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올라오고 그분께 더 충실하고자 하는 원의와 갈망이 올라옵니다.

가난하고 여린 이들을 감싸 안고 힘을 불어넣어 주셨던 예수님, 상처 입고 아픈 이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며 새살을 돋게 하신 예수님,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예수님. 바로 그분이 내게 생명을 주시는 분임을 가슴 절절히 알아갈 때, 나는 그분 안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분이 진정 우리에게 착한 목자임을 알 수 있는 은총을 청합니다.

 

 
 

최성영 신부 (요셉)
서강대학교 교목사제
예수회 청년사도직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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