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농축, 핵 재처리 길 열려

한미원자력협정이 42년 만에 개정돼 한국은 앞으로 양국이 합의하면 그간 금지되어 온 우라늄 농축을 20퍼센트 농도까지 할 수 있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는 한국이 제안해 온 건식 재처리방식의 초기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동의하고 앞으로 더 협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핵 재처리문제는 진전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환경오염이 더 심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4월 22일 한미원자력 협정 개정협상문에 가서명했으며, 협상문 전문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이번 협정에서 사용후 핵연료 관리와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 등을 중점으로 뒀으며, 한미간 원자력 확대로 인한 주권 침해가 없어야 한다는 것과 일방적 통제 체제가 아닌 상호적 권한 행사 가능 체제 전환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협정의 유효기간은 20년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에 개정된 협정 내용은 핵발전에 사용된 사용된 핵연료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간저장, 재처리 및 재활용, 영구처분, 해외 위탁처리 등을 추진하는 데 대한 협력방식을 포함하고 있다. 또 한미 공동 연구 중인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기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양국이 앞으로 더 협의를 거쳐 핵연료 재처리를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한국이 그간 개발해 온 것으로서, 이 기술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플로토늄을 추출할 수 없어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고 한국은 주장해 왔다.

이번 협정으로 앞으로는 미국 동의 없이도 원전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한미 양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한 제3국에 대해서는 미국산 핵물질, 원자력 장비 및 부품을 자유롭게 재이전 할 수 있으며, 핵물질, 장비, 부품, 과학기술 정보 교류를 비롯한 원전 수출 투자, 합작회사 설립이 보다 쉽게 됐다. 한국의 원전기술에는 수출할 경우 사전 동의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미국에서 받아 온 기술이 많이 포함돼 있다.

또 이번 협상으로 한미간 전략적 원자력 협력을 위해 차관급 상설 협의체인 ‘고위급위원회’를 두고 사용후 핵연료 관리,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은 물론, 핵안보 분야까지 다룬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은 2010년 10월 시작됐으며, 주요 쟁점은 사용후 핵연료 처리와 우라늄 농축 허용 문제였다.

기존 협정에서 한국은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없으며, 이 대신 미국은 핵발전소 연료로 쓰는 저농축 우라늄을 한국에 팔아줬다. 또한 사용후 핵연료도 한국은 일본이나 인도와 같은 재처리 권한이 없어서 장기보관을 위해 재처리를 할 때는 외국에 보내거나 그냥 그대로 한국에 보관해야 했다. 이처럼 "핵주권"이 제한된 것은 핵무기 개발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이번 협상에 대해 환경운동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먼저 환경운동연합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은 결국 핵마피아를 위한 세금 낭비일 것이라면서,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자율권 확보는 방사능 오염을 확대하고 핵확산으로 평화를 위협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말하지만, 재처리 과정은 중준위와 저준위의 핵폐기물을 다량으로 발생시키며, 기체 핵폐기물이 나오면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또 에너지정의행동은 정부가 성과로 밝히는 핵발전소 수출이나 핵연료의 안정적인 공급은 “핵무기 개발을 꿈꾸는 모든 나라들이 자신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인정해달라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는 핵무기 확산에 대한 우려와 동북아지역의 긴장감을 불러올 뿐이며, 수많은 연구개발비로 경제적 부담을 떠안기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에너지정의행동은 정부에 협상문 전체를 공개하고 내용에 대한 국회 비준과 공개토론 등 기본적 절차를 밟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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