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경 한님성서연구소 연구원 강연

지금으로부터 1700-1900여 년 전 시대의 ‘초대 그리스도교’ 시대에는 신약성경과 사도 교부 총서 말고도 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27권의 신약성경 외에 수많은 복음서와 서간, 행전, 묵시록이 있었다. 교회가 정경으로 인정하는 27권 신약과 교부들의 총서에 속하지 않는 모든 작품을 통틀어 ‘신약 외경’이라고 부른다.

▲송혜경 한님성서연구소 연구원.ⓒ강한 기자

송혜경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신약성경과 더불어 신약 외경을 읽어 보라고 권한다. 4월 22일 서울 알베리오네센터에서 열린 바오로딸 문화마당에 강사로 나선 송혜경 연구원은 필요하다면 불경도 읽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외경을 읽다 신앙이 흔들리면 어떻게 하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신앙이 흔들리면서 더 굳건해질 수도 있다면서, “영지주의가 없었다면 그리스도교 신학이 이 정도로 굳건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지주의란 영적 지식, 직관적 통찰, 깨달음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초대 그리스도교 시대에 큰 영향력을 떨쳤다.

신약 외경으로는 어떤 작품이 있을까? 송 연구원의 저서 “신약 외경 입문” 상권에 따르면 이 작품들 중에는 우선 신약에 나오는 예수의 모습을 그대로 확장, 발전시킨 것이 있다. 예컨대 야고보의 원복음이나 토마 유년기 복음서는 예수의 탄생과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정경 복음서에 없는 새로운 내용을 싣고 있다.

예수의 첫 제자들의 행적을 전하는 ‘요한 행전’, ‘바오로 행전’, ‘안드레아 행전’ 등이 있으며,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셋째 편지’ 같은 서간이나 ‘베드로 묵시록’도 있다. 1945년 이집트의 나그 함마디에서 13권의 콥트어 사본이 발굴되면서 신약 외경의 범위는 한층 더 넓어졌다고 한다. 여기에는 영지주의 성향이 강한 45개 작품이 담겨 있다.

송혜경 연구원은 “정경은 상대적인 개념”이라며 “정경화 작업을 처음 한 사람은 영지주의자인 마르키온”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원에 따르면, 마르키온은 오직 바오로 사도만이 예수의 가르침을 올바로 이해했다고 봤고, 루카 복음서와 바오로의 서간만을 성경으로 받아들였다.

송 연구원은 “복음의 ‘선포’와 ‘기록’, ‘선별’(정경화)에는 시간이 걸렸으며 ‘확정’까지는 거의 1300-1400년이 걸렸다는 것을 기억하면 신약 외경에 대해 조금 더 새롭게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67년이 돼서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주교 아타나시오가 현재의 27권 신약성경 목록을 담은 부활 축일 서한을 썼지만, 이 27권이 신약성경으로 공식 확정된 것은 1439-43년에 열린 피렌체공의회에서 정경에 대한 첫 칙령을 반포하면서부터라는 것이다.

이날 강의에서 송혜경 연구원은 신약 외경을 ‘인간의 고뇌를 담은 고전’으로서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약 외경의 주류를 이루는 ‘영지주의’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 송 연구원이 외경 읽기를 권하는 또 다른 이유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영지주의가 교회 안에서 사라졌지만, 한 번도 완전히 사라진 적이 없다”면서 “영지주의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물을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프리메이슨과 성전기사단의 가르침이 영지주의와 비슷했으며, 19세기 말에 미국과 유럽에 영지주의 교회가 세워져 오늘날까지 이어 오고 있다. 또 송 연구원은 영화 “매트릭스” 1편을 대표적인 영지주의 작품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문화 사조의 한 흐름으로서 영지주의는 지금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송 연구원은 신약 외경도 교회 안에서 태어난 것이며, 처음부터 외경이라는 이름으로 쓰인 게 아니라는 점, 외경이 초대 교회의 다양한 관심사들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인류의 고전으로 읽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 송혜경 한님성서연구소 연구원이 4월 22일 서울 알베리오네센터에서 신약 외경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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