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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비난하는 이들보다 행복해져야 합니다"[인터뷰] 최호선 교수

365일의 시간이 지났지만, 2014년 4월 16일과 2015년 4월 16일은 똑같이 맞닿아 있었다. 광화문 천막, 유가족의 통곡과 시민들의 분노, 경찰의 차벽과 대통령의 모욕이 여전히 거리에 있었다.

세월호참사 1년. 그 시간에 변화된 것이 있다면 이 비극의 슬픔을 위로하고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 최호선 교수(가타리나, 영남대 심리학과 강사)가 있다. 세월호참사 뒤 “무엇인지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할게”라고 약속했다는 그는, 지난해 초부터 그 약속의 여정을 이어 가고 있다.

최호선 교수는 심리학에서 이론적으로 이야기하는 “긍정의 힘”이 얼마나 큰지, 또 얼마나 필요한지 글이 아닌 삶으로 비로소 깨우쳐 가고 있다면서, “‘나쁜 사람들’과 싸우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이들과 함께 슬퍼하고 위로하면서, 좋은 가치를 살아내는 데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리학적으로 보는 세월호참사와 한국 사회, “문제는 자존감이야”

세월호참사는 한국사회의 실체를 오롯이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한다. 단지 현 정권, 권력의 문제를 넘어 사회 구성원들의 상태도 마찬가지다.

다만 진실을 알려달라는 유가족, 뼛조각이라도 품에 안게 해 달라는 실종자 가족을 향해 정부는 돈을 흔들어 보였고, 일부 국민들은 “얼마를 원하느냐”, “그렇게 많은 보상을 받는데 무엇을 더 원하는가”라고 비난했다.

가족의 죽음을 겪은 이들에게 보상금을 들이밀며, 도대체 얼마를 받을 것인가 곁눈질하는 사람들의 상태, 최호선 교수는 이를 두고 “자존감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돈을 들고 나오는 이들은 자기 자신조차 돈으로 가치를 매기는 이들”이라면서 “존엄이 초점이 되면 그렇게 볼 수 없다. 나도 당신도 존엄하고 생명을 돈으로 따질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최 교수는 “성인이라면,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자기만의 철학, 시각으로 문제를 재해석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그런 능력, 통찰력 자체가 전무한 이들이 너무 많다”면서, “사실 그런 현상은 신앙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 한 사회의 가치를 자리매김하는 것은 종교와 어른, 리더의 역할이어야 하지만, 종교는 존재의 불안을 상쇄시키기 보다는 세속적 목적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호선 교수는 참사 뒤에 SNS에 남긴 글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잔혹한 예언’이라는 내용의 글에는 희생자 가족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이 담겨 있었다. 그 가운데는 정부의 은폐 시도나 배상과 보상 문제도 적시됐다. 그는 말 그대로 당시에는 ‘잔혹했던’ 조언들이 훨씬 더 나쁜 방향으로 맞아가고 있다면서, “정부는 훨씬 무능하고 나빴다. 그나마 이만큼 버티는 것은 유가족들이 생각보다 훨씬 잘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최호선 교수는 많이 웃었고 밝았다. 세월호 가족과 함께 할때도, 그는 많이 웃는다고 했다. 그것이 가족들을 돕는 것 중 하나라고 했다.ⓒ정현진 기자

“유가족들이 언제까지 버티느냐, 어느 지점에서 해결되느냐가 이 사회의 수준 결정할 것”

최호선 교수는 유가족들이 상황을 습득하고 싸움에 반영하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라고 평가했다. 초기에는 어려웠지만, 많은 조언을 귀 기울여 듣고, 실제로 반영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면서, “글로 배우는 것과 몸으로 배우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인지를 유가족들이 명료하게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년간 계속 앞이 막히는 경험을 하게 되면, 포기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유가족들은 정말 잘 버티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사상 최대의 강적을 만난 것이다. 자식 잃은 부모는 바라는 것이 없는 이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일은 인간의 시선과 온도로 해결해야 할 일이에요. 하지만 정부는 초지일관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봉쇄, 대결의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면 내부 균열이 일어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요.”

최호선 교수는 어느 순간 세월호 배지를 보급하고 있다. 가지고 있던 배지가 남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 줬던 것이, 전국 각지 심지어 외국의 주문까지 받게 됐다. 그 일을 통해 그가 알게된 것은 정부의 강한 대응이 스스로의 균열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과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함께 슬퍼하고 위로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배지를 나눠주다 보면, 정말 많은 이들이 마음 아파하고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나서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노란 배지를 달고 진달래가 가득 핀 산에 노란 물을 들이고 오겠다는 이들, 배지라도 달겠다는 경찰과 외국 군인들, 중고등학생들...정말 많은 이들이 서로를 염려하고 슬픔을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최 교수가 또 하나 주목하는 것은 혼자 슬퍼하고 두려워하며 우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배지를 요청하는 메일에는 엮어서 책을 만들어도 될 만한 사연들이 많은데, 특히 젊은이들의 사연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외롭게 슬퍼하고 있는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의 죽음을 직면하면 그들의 죽음 때문에 슬프기도 하지만, 나도 죽을 수 있는 존재라는 본능적 두려움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란 배지를 다는 것이 별 것 아닌 작은 일인 것 같지만, 누군가 배지를 달고 있으면, 다른 이들과 함께 공명할 수 있어요. 생명이 허무하게 스러진 것에 대해서 ‘저 사람도 같이 슬퍼하고 있구나... 나뿐만이 아니구나’라고 느끼면 그 순간 위로를 받는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최 교수는 “정말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우리가 이런 사람들을 보지 못하고 나쁜 일들, 나쁜 사람들의 자극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슬픈데, 서로 위로하고 위로 받는 것에 지난 1년간 소홀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들의 싸움은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한 투쟁’이지, 상처와 희생, 대결을 위한 전쟁이 아니다. 최호선 교수는 남의 슬픔을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 속에 휩쓸려 서로 누가 더 나쁜지를 생각하고 지적하는 일이 더 많았다면서, “세월호 가족들을 괴롭히고 정부를 두둔하는 이들은 소수지만, 강하게 나서고 그들의 발언이 큰 상처가 되기 때문에 존재가 부각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에너지를 쓴다면, 위로와 격려, 대안을 찾는 일에 나서는 것이 훨씬 발전적인 일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그들보다 더 행복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겹다며 외면하는 이들... 악해서가 아니라 약해서에요”

최호선 교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겪는 감정은 슬픔 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이며, 그 가운데, 분노, 억울함이 가장 크기 때문에 힘든 것이라면서, “그래서 그 감정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무의식적으로 외면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그들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약하기 때문이고, 방어하려는 본능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정부에 대해서는 이 문제를 끝까지 직면하고 해결해야 할 책임을 물었다. 그는 6.25때 행방불명 되거나 신원을 알 수 없는 유골의 가족을 60년이 지난 지금도 찾고 있고 당연히 찾아야 한다면서, “세월호 실종자들은 100년이 지나도 찾아야 하고, 그것이 국민이 위임한 국가의 책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질’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의 초심을 돌아볼 때”

최호선 교수는 세월호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우리의 초심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무엇이 중요한지, 왜 내가 이 광장, 거리에 나와 있는지...설거지를 하다가 참지 못해 팽목항으로 달려가 봉사하고, 광장에 나왔던 그 초심을 다시 찾아봐야 합니다”

지난 1년간, 세월호 문제를 함께 겪으면서 그는 사람들의 크고 작은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팽목항에서 상장례 봉사를 하며 어린 죽음을 닦던 것보다 힘들었던 것은 살아 있는 이들의 암투와 헛된 공명심을 보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서 있는 현장에서 “왜 여기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면서, 동시에 “세월호 가족들의 싸움이 좋은 가치를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 과정에서 지양이나 비난이 아니라 옳은 일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선 교수는 “모든 죽음은 생명을 잉태하고 있으며, 우리 역시 그런 지향을 가지고 잘 살아야 한다. 반대하고 비난하는 이들보다 우리가 더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그들이 우리를 부러워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일을 당했을 때, 가만히 있지 않을 사람들이 있다는 믿음을 이 사회에 심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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