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하고 증언해야”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가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미사에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의 문제를 지적하고, 세월호의 비극을 덮으려는 대통령과 정부, 일부 국민들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강우일 주교는 4월 16일 세월호참사 1주기를 맞이해 제주교구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이 미사에서 강 주교는 지난 3월 한국 주교단이 함께 로마를 방문하고 교황을 만났을 때, 프란치스코 교종이 제일 먼저 “세월호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물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자신은 “정부가 세월호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조사위원회 조직은 구성했는데 실제로 조사는 전혀 한 발자국도 진척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런 현실이 강 주교는 “너무 부끄러웠다”면서, “교종께서는 아직 세월호 가족들의 비통함을 잊을 수가 없고 가슴 속에 가라앉아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강 주교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비판하면서, 세월호참사 한 달 뒤인 5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유가족들에게 특별법뿐 아니라 검경수사와 특검까지 해서 낱낱이 조사를 해야 된다고 했으나, 오히려 해양수산부 등 정부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독립적 진실규명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강 주교는 “해양수산부는 직접 사건의 피고가 되거나 피고와 아주 가까운 부서”라면서, “피고 신분의 공무원이 세월호 진상 규명의 실무 전체를 책임 조정하는 역할을 맡도록 하는 시행령은 진실 규명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희생자 가족에 대한 보상비를 운운하는 것은 “유가족들에 대한 인격모독”이라면서, “대통령이 눈물 흘리며 한 약속을 이런 식으로 변형하고 왜곡하면 국민은 국가를 과연 믿을 수 있을까?”고 물었다.

그는 한편 “언제까지 세월호 문제에 붙잡혀 있을 것인가, 나라 경제도 불황이고 민생 문제도 산적한데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하고 말하는 이들에 대해 “이는 마치 강도 만나서 얻어맞아 초죽음이 되어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웃을 보고도 내 갈 길이 바쁘다며 길 건너편으로 돌아서 지나가버리는 레위인이나 사제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를 두고 강 주교는 “이웃 형제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어질 수 없는 오늘의 메마른 우리 영혼이 서글프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한 “국민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기관이 외면하고 밝히려 하지 않는 의혹 가득한 사건을 그냥 잊고 덮어 버리자고 하는 것은 우리 몸에 돋아난 종기의 뿌리를 도려내지 않고 겉에 붕대만 감고 말자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하면 종기는 속에서 더 곪아서 뼈 속까지 썩어 들어가고 나중에는 세월호보다 더 큰 재앙이 찾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우일 주교는 “세월호의 비극을 잊으려하기보다는 거듭 상기해야 한다”면서, 세월호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자꾸 상기해서 질문해야 “그 사악한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유가족들과 연대하고 아픔을 공감하자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강우일 주교는 진리를 증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예수처럼, 사도들도 “최고의회의 금령에도 그들이 십자가에 매달아 죽인 예수님을 하느님께서 다시 일으키셨다고 지치지 않고 증언했다”면서, “우리는 오늘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죽음을 둘러싼 불의와 의혹과 고통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살아 있는 증언을 하도록 초대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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