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교구 예산 절감해 건축사업하려나

 

2009년도 예산을 20% 삭감한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방침은 언론보도와 같이 복지예산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명동개발과 청소년회관 신축 등 건축비를 조달하기 위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월 23일자 <조선일보>는,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지난 해 11월 2009년 예산안을 짤 때부터 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의 방침에 따라 교구청 전(全) 부서가 2008년에 비해 20%씩 삭감된 안을 편성해 올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에 허영엽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은 "내심 '동결'될지도 모르겠다'고 예상하고 있을 때 '20% 삭감' 방침을 듣고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허영엽 신부는 "정 추기경은 지난 해 하반기부터 '우리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나눔뿐이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전하며 "교구장 비서실을 포함한 전 부서가 운영비의 20%를 삭감해 올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허영엽 신부의 말을 빌어 "전체 절감되는 예산이 약 80억 정도"라며 "절약한 금액은 사회복지사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에서 밝힌 것처럼, "경제한파의 삭풍을 돌파하기 위해 종교단체들이 예산을 삭감하거나 동결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예산을 늘리고 있다" 는 보도와 달리, 지난 해 10월 28일과 올해 2월 25일자로 두 차례에 걸쳐 발송된 총대리 주교 명의의 공문에서는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전 세계 및 우리나라에도 경기침체를 초래하였으며 이러한 영향은 교구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교구 재정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교구의 명동개발, 청소년 회관 신축, 교구 사제관 건립, 출판사 이전 등의 사업계획과 시행으로 인하여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므로 전년도 예산의 20%를 감액해서 예산을 편성하라"고 교구의 보조를 필요로 하는 기관과 단체들에 시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에서 말한 공문 내용이 사실이라면, 교구 예산의 실제 집행은 교구 문화홍보국장인 허영엽 신부가 밝힌 정진석 추기경의 의도와 달리, 운영비의 20% 삭감이 사회복지 예산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교구 시설물의 건축비로 사용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공문에 따르면, 20% 예산 삭감 대상에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도 포함되어 있으며, 정작 교구사무처나 관리국 자체는 삭감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따라서 교회 일각에서는 "가난한 이들을 특별히 돌보았던 김수환 추기경을 생각해서나, 교회의 복음정신에 비추어볼 때, 교회는 이 시점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 먼저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이렇게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건축사업을 시작하는 이유가 뭐냐?"는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국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