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종교 연구소, 종교 쇄신 한 목소리

“종교인들이 고통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탐욕의 신을 따른 결과. 교권주의가 아닌 고통에 가까이 가는 종교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종교인들이 세월호참사 앞에 각 종단의 길을 물었다.

4월 15일 우리신학연구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공동 세미나를 열고, ‘종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논의했다.

이들은 각각 세월호참사 뒤 1년 간 각 종단이 해 온 역할을 돌아보고, 세월호참사로 드러난 한국사회와 종교의 민낯을 진단하는 한편, 각 종단의 내적 쇄신과 올바른 사회 참여의 방향을 제안했다.

▲ 4월 15일 천주교, 개신교, 불교 3대 종교가 세월호참사 1년을 앞두고, 세월호를 통해 본 종교의 역할에 대해 토론했다.ⓒ정현진 기자

천주교에서는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소장과 현우석 신부(의정부교구)가 발제와 토론에 나서 교회 내적 쇄신과 사회적 참여를 위한 평신도 역할을 확인하고, 종교의 역할은 물신주의가 우선한 가치 체계와 욕망을 만들어 내는 조건을 바꾸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경동현 소장은 한 종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수준은 종교 내부의 쇄신 수준과 비례한다며 우선적으로 교회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내적 쇄신의 일선에 사제들이 나서기 어렵다는 가톨릭 교계 구조상으로도 쇄신의 수위는 평신도들의 참여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천주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따라 신앙을 증거해 왔는가, 이 시대의 징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한국 사회 안에서 교회가 존재하는 모습을 진단했다. 그는 1970년대부터 이 시대의 징표로 제기됐던 민주화와 소비주의 만연의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소비주의 문제는 물신화, 종교화로 강화되고 ‘종교와 묘한 동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 소장은 자본주의의 폐해가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사회와 마찬가지로 교회 역시 자본주외적 삶의 방식에 깊이 물들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맥락에서 한국 천주교회를 비롯한 종교가 맡아야 할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있다면, “자본주의와 물신주의에 입각한 욕망 자체를 전환하고, 욕망을 만들어내는 조건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 소장의 발제에 대해 토론에 나선 현우석 신부는 세월호참사를 통해 깨닫게 된 교회의 역할은 “예수님이 회당이 아닌 현장으로 찾아가 사람들을 만났던 것처럼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 만나고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면서, 더불어 종교인으로서 절대자의 고유한 영역을 끝까지 인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신부는 “세월호참사는 우리 사회가 점점 침몰하는 과정속에서 나타난 위기의 징후였으며, 종교는 이런 때에 종교 본연의 역할을 드러냄으로써 세상 사람들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면을 종교가 그대로 따라간다면, 결국 종교는 쇠퇴하고 영향력을 잃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신교와 불교도 세월호참사를 통해 겪은 종단의 현실을 드러내고, 그 대안점을 제시했다. 김희헌 교수(성공회대)는 세월호참사를 통해 한국 개신교 혹은 종교인들이 어떤 메시아를 섬기는지 드러났다고 말했다.

“신도들의 욕망 충족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교회, 메시아를 개인의 욕망대로 팔아 치웠다”

김 교수는 세월호참사에 대응하는 두 가지 모습을 보면서, “한국 교회의 양면성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했으며, 한국 교회는 해방의 계보에 속한 메시아가 아니라, 번영의 계보에 속한 메시아를 전하고 있으며, 종교 권력을 획득한 대형교회들은 한국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숭앙해 온 욕망의 화신이라는 메시아를 전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헌 교수는 “종교의 운명은 조직의 장엄함이 아니라 신의 자비를 전하는 명료함에 달려 있으며, 이는 ‘비명을 유발하는 세상의 당연함’에 대해 도전할 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세월호참사는 윤리적 사태"

이어 불교 측 발제에 나선 박병기 교수(한국교원대학교)는 윤리학의 입장에서 불교의 역할을 물었다. 박 교수는 가장 시급하면서도 출발점을 이뤄야 할 일은 세월호참사를 ‘윤리적 사태’로 받아들이는 일이라면서, 세월호는 우리 사회에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라는 개인윤리적 차원의 사유와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사회윤리학적 사유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참사는 윤리적 사태이기 때문에 단순한 인식 틀로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대안도 쉽게 제안될 수 없다는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출발점이라면서, “그렇게 해야만 여러 가치 기준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가능해지고 그것을 토대로 실천적 모색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세월호의 윤리학은 기본적으로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에 기반한 배려 윤리”이며 이는 ‘착한 사마리아인’으로 상징되는 그리스도교 윤리라는 뿌리와 이어지는 동시에 삶의 본질을 ‘관계’에 두고, 그 사이의 적절한 감응을 추구해 온 유교 윤리, 그리고 ‘자비를’ 추구해 온 불교 윤리와 직접적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오래된 미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의 윤리학이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개인윤리적 차원과 사회적윤리의 연결 문제라면서, “‘개인적 심성을 사회 문제로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종교로서의 불교는 타인의 고통에 충분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한편, 우리 시대 상황을 고려하는 삶의 의미를 지속적인 화두로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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