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메르루주 대학살의 정치적 이해를 넘어

(캄볼리 디)

4월 17일은 크메르루주가 정권을 잡은 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그 뒤 캄보디아인들은 1975년에서 1979년까지 거의 4년간 크메르루주의 급진적인 사회주의 개조정책을 견뎌내야 했다.

1975년 4월 17일 크메르루주군은 수도인 프놈펜으로 행진해 들어와서 프놈펜 시민들을 농촌으로 소개시키기 시작했다. 크메르루주가 추진하는 야심적인 국가개조 계획과 국토건설 사업을 완수하기 위해서였다. 1970-75년 사이의 내전으로 국가 전체가 거의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사업들은 크메르루주 정부와 인민의 힘에 크게 부친 것이었다. 이렇게 실행된 대량 학살은 1979년 1월에 베트남이 침공해서 크메르루주 정권이 무너지면서야 끝났다.

▲ 캄보디아 프놈펜의 대학살박물관에 전시된 방.(사진 출처 = www.ucanews.com)

크메르루주 정권은 공식적으로는 1979년에 끝났지만 크메르루주 운동 자체는 1998년에 크메르루주의 근거지인 안롱벵에 있던 크메르루주 세력이 정부의 강온 양면 정책의 결과로 항복하고 사회에 재통합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심지어 지금에도 크메르루주의 유산은 계속해서 캄보디아 사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며, 주요 정치 행위자 간의 사회적 불신과 역사의 정치화, 소수민족에 대한 인종주의, 권위주의적 인격과 불충분한 사회적 행동 등이 우리 사회에 강하게 뿌리박고 있다. 이 중요한 시점에 우리는 40년 전에 이 땅에서 일어났던 공포스런 일들에 대해 캄보디아 대중, 특히 젊은 세대에게 가르치기 위해 무엇을 했던가 자문해 봐야 한다.

2004년부터 캄보디아 정부의 교육청년체육부는 캄보디아 자료센터와 협력해 각 학교에서 크메르루주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는 아직 비판적 대학살학에 대해 가르치지 않고 있다. 대학살의 여러 사례에서부터 대학살의 이론, 원인들, 식민지 시대의 대학살, 대학살 비교학, 대학살 부정, 스탈린 치하의 소련과 마오쩌둥 치하의 중국에서 정치집단들이 벌인 대량 학살 등의 주제가 있다.

이런 여러 주제 가운데 캄보디아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우선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적을 탄압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실책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크메르루주의 대학살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젊은 캄보디아인들이 다시는 극단주의, 급진주의, 인종주의, 호전적 애국주의 또는 극단적 민족주의에 다시 빠져서는 안 된다.

권력을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해 크메르루주는 국가권력에 대한 모든 정치적 위협상대와 반대자를 제거했다. 국가와 국가 지도자들의 적이거나 비판자라고 인식된 모든 요소를 범죄화하고 어떠한 관용도 베풀지 않았다.

20세기 후반부터 현대 캄보디아를 지배한 왕조 창립자들과 지도자들은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자신들이 이 나라를 통치하고 구하기 위해 예언을 읽을 신적인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듯했다. 이러한 통치구조는 좋든 나쁘든 간에 정형화된 사회 불의, 제도적 부패와 정실주의, 그리고 (부정부패와 인권유린을) 처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러한 고질적 사회문제들은 크메르루주 지도자들이 극단적 민족주의와 인종주의를 키우는 심리적, 이념적 토대가 되었고, 이 극단적 민족주의와 인종주의는 캄보디아의 철저한 사회적 변화를 위해 사회 곳곳에 심어졌으나 앙코르에 뿌리를 둔 캄보디아를 킬링필드로 만들고 말았다.

오늘날, 캄보디아의 정체성은 앙코르의 유산과 킬링필드의 기억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그러므로 이 나라의 역사에 대한 자의식과 자기 성찰을 더 열심히 하고 대학살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사회를 전진시키고, 우리의 사회 문제를 해결해 내고, 과거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것을 막는 데에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크메르루주 시기의 경험에서 교훈을 이끌어내면서 각급 학교와 대학은 민주주의를 배우는 공공광장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비판적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해 주는 지식과 기술과 심리구조를 익혀야 한다. 잘못된 지배 권력과 정치 이념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하고, 정부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비판적 대학살학은 이뿐 아니라 정치폭력과 억압의 순환고리를 끊고 사회변화와 사회정의, 지속가능한 평화, 자유와 더 뜻 있는 국가와 공동체 화합을 위한 긍정적 정책들을 촉진할 수 있다. 캄보디아인들은 과거사가 그 얼마나 무서운 일이든 간에 정부당국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거와 얼굴을 마주볼 용기를 갖도록 교육받아야만 한다.

비판적 사고와 분석을 위한 교육을 받음으로써, 21세기의 캄보디아인들은 20세기의 무서운 역사를 지나 전진할 수 있으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된 단순한 역사 이해에 의존하기 보다는 더 긍정적인 미래를 건설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캄볼리 디는 슬룩 리스연구소에서 대학살, 갈등과 인권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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