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에서 보낸 4년]

 

"재경 호미, 제규 삽"

독자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연재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번 주에 서울에 있는 작은 대안대학인 노마소이 풀뿌리 사회지기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거든요. 상경 준비에 검정고시 공부에 이것저것 맞물려 이번 주엔 글을 쓰기가 힘들어 한 주 건너뛰고자 합니다. 대신 제가 입학하게 된 노마소이 풀뿌리 사회지기 학교에 대한 이야길 해보려 합니다.

사실 저도 학교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처음에 간디학교 입학할 때와 같은 처지라고 해야 할까요. 갑자기 내린 결정이다 보니 간디보다도 더 없어 보입니다. 학교에 입학하게 된 계기도 풀뿌리 학교에서 입학권유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새벽까지 늦게 컴퓨터를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전화가 울리더군요. 번호도 처음보지, 잠은 오지, 귀찮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가 놀라운 제안을 받았습니다.

“제규 학생이죠? 여긴 풀뿌리 학굔데요. 혹시 3월에 풀뿌리 사회지기 학교에 입학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네 ?! ㅡ_ㅡ” 저는 이 부분에서 잠에서 확 깨고 말았습니다.
“일단 한 번 만나서 이야기 해보고 결정하는 건 어떤가요?”
“그럴까요?”


세상에 입학 제안이라니. 제게 그런 날도 있더군요. 저도 이런 일은 자주 없다 싶어 솔깃해져서 이틀 만에 풀뿌리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나중에 교장 선생님과 면담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누군가 저를 학교에다 추천했다고 하더군요. 누가 했는지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는데 조만간 진상조사에 들어갈까 합니다.

노마소이 풀뿌리 사회지기 학교는 이대 후문에 위치한 작은 대안대학입니다. 학생 숫자도 아마 다른 대학에 비하면 1/100도 안 될 겁니다. 일단 노마소이라는 이름이 눈에 띄실 텐데요. 노마소이는 노신, 마쓰시다 고노스케, 소로우, 이상재의 앞 글자를 따온 것입니다. 간디학교가 사랑, 자유, 지혜 그리고 자발성을 가장 큰 철학과 교육과제로 삼는다면 풀뿌리 학교는 노마소이의 철학과 삶을 지향하는 곳일 겁니다.

선생님들 말씀에 의하면 요즘 대학들은 모두 취업준비 학교가 된지 오래라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안 되니 취업준비 학교라는 이름도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풀뿌리 대학은 ‘취직을 위한 준비기관이기를 거부하고, 대신 배움이 자신의 언어와 생각, 몸짓을 갖게 도와주어 자신이 삶의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저 역시 이런 약속에 상당히 매력을 느껴 이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진 제가 풀뿌리 학교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이제 서울로 상경해 다시 부딪치고 깨지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쌓여 가리라 기대해봅니다. 2~3년이 지나면 지금의 간디학교 글처럼 어딘가에 이야기 할 만한 경험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요.

다음 주 글은 제가 간디 학교에 입학하고 보낸 첫 학기 ‘해방학기’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사진은 저와 이번에 풀뿌리 학교에 함께 입학하게 된 간디학교 동기인 재경이라는 친구와 해방학기 때 생태생활 공동체인 푸른누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그럼 전 부지런히 연재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한 회 건너뛰어 죄송하다는 말 전하면서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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